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

by발자꾹 김효숙

지난 주말, 빈 용기 몇 개를 가방에 넣고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성지라 불리는 알맹상점에 다녀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플라스틱 통일뿐이지만, 내게는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작은 다짐이 담긴 특별한 용기들이다.

매장 입구로 올라서는 계단 옆에 텀블러 기부함이 있었다. 집에서 잠자고 있던 텀블러를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니 다음엔 꼭 챙겨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명한 유리문 옆에 적힌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무척 반가웠다.


입구 한쪽에는 과탄산소다와 구연산, 염화칼슘 같은 가루 제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용기 소독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가져온 용기를 깨끗하게 소독한 뒤 필요한 만큼만 담아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여러 종류의 액체 세제가 커다란 통에 담겨 있었다. 세탁세제부터 주방세제까지 필요한 만큼 덜어 담을 수 있다. 선반 위에는 깨끗하게 세척된 빈 용기들이 놓여 있었다. 용기를 미처 챙겨 오지 못한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 기부한 용기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대에는 다양한 비누와 친환경 생활용품들이 가득했다. 천연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다회용 제품들, 여러 색깔의 고무장갑까지.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환경 수업이 열리는 교실 같았다.


입구 맞은편에는 식품 코너가 있었다. 병아리콩과 견과류, 향신료와 건조 식재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 놓인 저울에 빈 용기를 올려 무게를 재고, 필요한 만큼만 담으면 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즐겁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매장 한편에 마련된 자원순환 코너였다. 버리기 어려운 잉크 카트리지와 실리콘 제품, 커피 찌꺼기 등을 수거하는 공간이었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질 물건들이 새로운 쓰임을 얻기 위해 모이는 곳이다. 깨지거나 낡아서 뚜껑을 버리고 남은 실리콘 패킹이 처치 곤란이라 모았다가 수거함에 넣었다. 다음엔 커피 가루도 잘 말려 가져와야겠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들이 자원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다.


나는 세제와 화장품, 병아리콩을 리필해 왔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용기와 물품을 계량하는데 버벅거리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용기 무게를 재고 내용물을 담고 다시 용량을 재는 일이 놀이처럼 재미있었다. 박리다매라고 포장 없이 대용량으로 물건을 들여와 파니 값도 엄청 저렴해서 다음엔 친구들도 데려오고 싶어졌다.


알맹상점은 내가 쓴 바카라 《용기 있는 생활》에도 등장한다. 바카라 속에서만 소개하던 공간을 오랜만에 다시 찾으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선물로 가져온 바카라을 직원분께 건넸다. 서로 응원하고 홍보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직원분은 반갑게 맞아 주셨고, 인증사진도 찍었다. 바카라을 건네는 내내 쑥스러웠지만 마음 한편은 따뜻했다.



가져간 용기를 채워, 알맹상점을 나오며 생각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장을 보러 갈 때 빈 용기 하나 챙기는 일, 필요한 만큼만 덜어 담는 일, 버려질 물건의 다음 생을 고민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


알맹상점 입구의 환영 인사처럼 모든 용기는 환영받아야 한다. 크든 작든, 시장이든 마트든 어디에서든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마음속 용기를 끌어올려 주방의 빈 용기를 꺼내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용기 있는 생활” 참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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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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