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37년 동안 현역 군인이었다. 그리고 민간인이 보기에 진짜 군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역하고 나서야 알았다.
2025년 여름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백수가 되었다. 알람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았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그 고요함이 해방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거울을 봤다. 군복을 벗은 내 얼굴이 낯설었다. 아니, 무서웠다.
나는 누구인가? 솔직하게 말하겠다.
나는 이 바카라을 쓰면서 몇 번이나 멈췄다. 쓰면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쓰면 누군가 불편해할 것들이 있었다. 쓰면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오래 망설였다. 그런데 결국 썼다. 이것도 내 인생의 일부이고, 사실이기 때문이다.
진급 앞에서 침묵했다. 부당한 명령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보여도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했다. 돌아올 불이익을 마주할 용기가, 그때는 없었다. 나는 37년 동안 진짜 군인이었나. 자신이 없다. 이 바카라은 군대 예찬이 아니다. 그렇다고 군대 비판도 아니다. 단지, 군복을 입었던 한 남자의 자백이다.
명령과 복종 사이에서, 진급과 소명 사이에서, 전우애와 조직 논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한 사람이 처음으로 꺼내놓는 날것의 기록이다.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후배 장교에게 전화가 왔다.
"선배님, 저 그만둘까요?"
나는 한참을 침묵했다. 예전의 나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군인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왜 들어왔어?"
그가 답하지 못했다. 나 역시 군에 처음 들어가며 스스로 물었을 그 질문에, 지금의 나는 당시 내가 뭐라고 답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 주변의 권유와 슬롯적 인식에 떠밀려 답했을 것이다.
왜 유능한 장교들이 소리 없이 무너지는가. 왜 같은 문제가 수십 년째 반복되는가. 그리고 가장 불편한 질문 하나 — 군대에 진짜 군인이 남아 있기는 한가.
우리는 군대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군인이라는 직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다시 존경받는, 선망의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이 바카라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질문을 피해온 사람들, 군대 안팎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불편한 대화를 시작할 용기를 건네고 싶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군대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처음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군대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불편할 것이다.
불편함이 시작되는 곳에서, 변화도 시작된다.
2026년 가을. 민간인으로 1년 정도 살아보고 씀.
일러두기
이 바카라에 담긴 일부 내용은 저자의 기억에 의존한 것으로, 세부 사실이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생긴 기억의 왜곡을 완전히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듣거나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최대한 정직하게 옮기고자 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의견을 주시면 검토 후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