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섬 '제주도'

(요망진: ‘야무지다.’‘똑 부러진다.’ 뜻의 제주 사투리)

by김정

“ 올해 어버이날을 아주 씨게 축하드립니다.”

라고 말하면서 큰아이가 제주도 3박 4일 패키지여행을 보내준다고 한다. 여행사 예약과 경비가 입금되고 비행기 시간표 문자가 알림 되니 설레고 또 고마웠다.

요 며칠 남편에게 미세한 감정 덩어리가 만져졌다. 중년 남성의 우울감이 남편의 어깨에도 묻어있고, 무표정한 얼굴 하나하나에도 묻어있었다.

“ 30년 동안 너무 돈만 벌고 살았어. 앞만 보고. 일만 하고, 좀 쉬고 싶다.”

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근래 지쳐 보이는 것 같은 속마음이 읽어졌다. 큰 눈으로 아무 곳도 아닌 공간을 응시하는 눈빛, 짧은 말로만 대화하는 입말에서도 우울의 찌꺼기가 보였다.

큰 딸이 큰마음과 큰돈으로 보내주는 제주 여행이 작은 위로가 되어줄 거로 생각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섬 가파도에는 미스트처럼 비가 내렸다.

너른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보리 커피는 남편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냐옹이 선물 가게’ 앞에서 만난 고양이도 남편에게 반가움을 주었을까?

섬 표석을 옆에 두고 사진 한 컷을 찍으면서 남편 마음이 멘도롱또똣했으면 좋겠다. 꽈랑꽈랑한 여름 제주도만큼 비 오는 가파도도 운치 있었다.


남편에게 어쭙잖은 말 한마디보다 금융 치료가 좋을 것 같아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선물을 사주었다.

재개 재개(빨리빨리), 보질 보질(천천히 천천히), 조끄뜨레(가까이) 가서, 뒷걸음치지 않고 전진하는 힘찬 기운의 말가죽 벨트를 선물했다. 또 ‘스트레스’에 ‘자수정’이 효능 있다고 하여 팔찌로 선물 주었다.

제주도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들어진 물건을 제주도에 소비하는 공정 여행처럼, 우리 가족의 응원하는 마음 모두 합쳐 제주도가 떠나가도록 외친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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