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상이 지루하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것만큼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도 없다.
혹 고급스러운 지루함은 어떤 사람에게는 사치일까?
나는 요즘 지루하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사치스러움을 한껏 부리고 있다.
상대방의 말이 조금만 길어도 지루하고, 여름날 장맛비처럼 며칠 계속 내리는 비를 보는 것도 지루하고, 연기력이 늘 제자리인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것도 지루하다.계속되는 비슷한 업무, 매일 같은 서류에 내용을 바꿔 기록하는 업무도 지루하다.
지루하고 지루하다.
오늘 아침 문득 "내 지루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를 생각해 본다. 나의 요즘 지루함이 바카라상 끝 아무렇게나 접혀 있는 서류 종이에 묻어있었다. 업무 더미 서류는, 천천히 해도 괜찮은, 평화로운 진행이 예상되는 그래서 살짝 지루할 것 같은 종이 뭉치다. 이 지루함의 정체는 뭘까?
지루함 속에 평화도 있고 넉넉함도 있는데(이것은 필시 고급스러운 지루함), 막상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스멀스멀 불안(이것은 딱 봐도 사치스러움) 이 올라온다.
불안에 반응하고 행동을 붙이면 나는 전진한다.
지루함 속에 고급스러움을 붙이면 서사가 생긴다.
지루함 속에 사치스러움을 붙이면 불편한 감정 덩어리가 생긴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서사는 훗날 어떻게 전진 되어 있을까?
못생긴 마음을 한옆에 두고, 평안하고 고급스럽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이 쉽고도 어려운 말이 뉘라서 만만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