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봄을 타는지 피곤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후가 되면 카페인도 소용이 없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하품은 더 어쩔 수 없다. 일교차가 크고 어제오늘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니 피곤에 피곤을 더하는 꼴이다.
나에게 이차 성징이 나타날 때도 봄이었다. 그해 봄에는 별일 없이 힘이 들고 자꾸만 눕고 싶었던 것 같다. 할머니는
“큰 아기 되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니?”
“봄도 타는가 보다. 뭐 좀 잘 먹여야 할 텐데.”라고 말씀하셨다.
봄볕에 그을리고 초경도 며칠째 나를 할퀴고 있었다. 학교에 가서는 수업 시간에 계속 엎드려 있었고, 집에서는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다가 '픽' 하고 쓰러지곤 했다. 큰 아기가 되는 기간이 지나고 할머니는 뿌옇고 맑은 국물을 매일 저녁 주셨다.
“ 한입에 쭉 마셔야 덜 비려.” 한 손에는 국물을 다 마시면 주시려는 듯 사탕 하나가 할머니 손에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한 번에 국물 한 사발을 들이켰다. 이레를 계속 먹어 냄새도 맡기 싫어질 때 할머니는
“돈이 있으면 보약 한 제 먹이면 좋겠지만, 이것도 그만그만한거여.” 그만그만하다는 뜻을 알 듯 모를 듯했지만
“손녀딸 중에 우리 정림이가 제일 여뻐.”라고, 늘 말씀 하셔서 나는 돈 주고 지은 한약과 비슷한 효험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큰 아기가 되고 엄마가 되고 이제 빈 둥지가 되어 가면서 나는 그해 봄처럼 봄을 타나 보다. 그해 봄처럼 별일 없는데 힘들고 오후에는 자꾸 졸리고 퇴근 후 집에 가면 '픽' 하고 쓰러진다. 우리 할머니가 돈 있으면 지어 먹이고 싶다시던 한약을 먹을까? 그만그만한 식재료로 봄을 이겨볼까?
쳐들어오는 봄을 무슨 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