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삿날

by김정

주말에 아버지 제사를 모시러 친정 나들이했다. 팔순 어머니를 도와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올해는 여러 형제 중 내 몫이 되었다. 업무상 휴가 쓰기가 어려운 나는 오후 반차를 간신히 내어 일찍 간다는 그것이 큰마음이고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는 첫걸음이다.


우리 아버지 제사상에는 빠지지 않고 올리는 음식이 있다. ‘멸치 전’이 다.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이라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린다. 우선 중간 크기 멸치를, 똥을 빼고 다듬어서 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부친 넓은 전 위에 꽃처럼 얹어 놓는다. 멸치 꽃이 밀가루 반죽 위에 붙어서 앞뒤 노릇노릇하게 지져지면 제사 때마다 읊어지는 아버지에 대한 엄마의 레퍼토리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당뇨와 합병증으로 오래 병석에 계셨다. 돌아가시기 몇 년은 음식 투정도 있으시고, 간병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많이 내셨다. 엄마는 그 몇 년 동안의 이야기를 제사 때마다 어제 일처럼 하신다.

아버지가 주무시다가 깨서는

“ 멸치 전이 먹고 싶네.”라고 어린아이처럼 말씀하셔서 그 밤에 전을 부치셨던 이야기가 엄마의 첫 사연이었다.

또 돌아가시기 한 달 전 겨울에는

“ 손 두부 한 모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입맛이 좀 돌겠네.”라고 하셔서 엄마는 마당에 있는 꽁꽁 언 수도를 녹여, 두부를 만들어 드렸다는 이야기가 구구절절 이야기의 백미다. 새벽에 잠을 깨워 ‘전 부쳐 오라’고 청해도, 추운 겨울날 뜬금없이 ‘손 두부’가 자시고 싶다 해도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아버지 먹거리 시중을 들어드렸던 것이 지금도 잘한 일 같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엄마와 함께 녹두전, 꼬치전, 명태전, 동그랑땡, 배추전과 멸치 전을 부치면서, 엄마만 알고 계셨을 아버지의 어린아이 같았던 옛이야기를 듣다 보니 큰 채반 두 개에 전이 잔뜩이다. 귀찮았을 법도 한데 아버지 청을 들어준 엄마께도 늦은 칭찬을 드린다.


아버지가 멸치 전과 술 한 잔 드시러 몇 시에 오실지 궁금했다. 제사를 주관하는 오빠에게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버지. 요즘은 제사 시간이 좀 빨라졌는데, 아시죠? 옛날처럼 늦은 밤에 오시지 말고 9시쯤 오세요.”

그리운 아버지는 언제쯤 다녀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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