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낸 후

by채운

해마다 때가 되면 차리는 상차림

정해진 가짓수 정해진 자리 정해진 시각

메를 짓고 잔을 올립니다

생각은 접어두고 마음이 하는 상차림

보탤 것도 덜어낼 것도 없는데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매번 처음인 듯 조심스럽습니다


색을 맞추어 정갈하게 나물을 담고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전을 쌓고

소복이 메를 담고 맑은 탕을 놓습니다

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뒤에 서서

숨죽여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오신 듯 가셨습니까

물린 상은 태산을 쌓은 듯 그득하고

마음은 흐물어집니다

이게 다인데 이것뿐인데

마음이 허물어진 자리에 그리움이 앉습니다

따뜻한 마음 한 자락을 아쉬워합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