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와 멋
한글!
K-문자!
한국인의 정서가 오롯이 담기는 그릇.
그 그릇이 드디어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외국인들이 그 자리에서 K-문자를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면서, 세계인들을 옴짝달싹도 못하게꼬롬 완전히 사로잡고 있는 바로 그 생생한 현장에 저자가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부럽지 않은가?
어깨가 뿜뿜, 자부심도 쑥쑥, 마음은 상쾌!
드디어 서예 이름 써주기 행사 둘째 날이다.
어제 서울로 가는 기차를 뒤로 하고, 오늘 하루 더 강릉에 머물며 스승님 단체 강릉서화총연합회 주관의 서예 행사를 곁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스승님께서도 흔쾌히 수락해 주신다.
타의가 아닌 자원하는 봉사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돕는다는 선의의 발로가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는 일인지 이번 행사를 통해 새삼 체감하고 있다.
¡Vamos por ello!
(자, 함께 가보자고!)
아침부터 본인의 한글 이름을 보고 다들 기뻐한다.
어제는 어떤 분이 족자를 명찰처럼 목에 걸고 들뜬 표정으로 걸어 다니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어제 만난 야니 퉁이 다시 와서 티켓을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어봐서 도움을 주고 왔다. 그런데, 경기 진행 측 운영이 미숙하기만 해 안타깝다.
스승님이 없는 사이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나도 손을 보태고자 두 분의 이름을 즉석에서 초집중해 써 주었다. 벤자민하고 또 한 분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야말로 자원봉사로써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작은 가슴이지만, 그저 뿌듯하기만 하다.
사진 1) 저자가 손수 써 준 한글 이름의 이스라엘 친구 벤야민과 함께.
칠레 분하고는 칠래? 맞을래? 하면서 농담도 따먹고, 독일 커플에게는 한글 읽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만약 당신이 영리하다면,
30분 안에 한글을 술술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고 도전해 보도록 했다.
그런데, 정말 즉흥적으로 읽어낸다. 신기하네.
본인의 이름인 '니나'라는 이름을 기본으로 한글 읽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우선 모음 먼저 읽도록 유도하고, 그다음으로 자음을 모음에 더해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데, 곧잘 읽는다. 제법인데.
그럼 이젠 난도를 높여
'다라'를 읽을 수 있도록 해보았다.
먼저 모음 '아아'를 읽게 하고 나니
작은 목소리로'다라'라고 수줍게 읽어낸다.
오호라. 굳 잡!
그럼 최고난도의 문제를 내보았다.
문제는 바로 '달달'이었다.
읽기 어려운 자음+모음+자음 문제를 내주었다.
좀 전에 다라를 읽어서인지 '달달'도 그럴듯하게 발음한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달달하게 읽어주니 그 맛이 더 달달하기만 하다.
본인들도 놀랐지만, 가르치는 내가 더 놀랬다.
아, 이게 되는구나!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더니.
물론 겹받침 등 아직 갈 길이 상당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독일인 커플이 우리 한글을 읽는 데에는 겨우 3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이큐가 130쯤은 된다고 칭찬해 주었다. 세종대왕님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당연 엄지 척!
사진 2,3) 저자의 한글 제자이자, 한글 입문 속성코스 수료 커플의 달달한 모습
사진 4) 나름대로 한껏 멋부린 아저씨 선수들
사진 5) 한국처녀 소개해달라고 농담도 곧잘하는 남아공 노총각
이번 자원봉사 도중에 느낀 최고로 가슴 벅찬 경험이다.
내가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를 한 것이다.
한글이라는 아름답고 빼어난 그릇의 엄청난 포용성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K문자, 한글이여! 번영과 번창을 구가하라!
한글의 멋과 맛을 이곳 강릉에서 세계인들에게 멋지게 소개하고, 톡톡히 맛도 보여주는 엄청난 기회가 되었다. 감사하다.
아쉽게도 오늘이 자원봉사 마지막 날이다.
다행히 개회식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그럼, 개회식이 감동적이다면 한 편 더 써 보겠다.
"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의 궁정에 들어가서 그에게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송축할지어다."
(시편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