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는 일은 출근하기 싫은 온라인 게임인에게 주는 활력 같다.
오빠는 한국에서 커피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다. 검색창에 오빠의 카페를 치면 나오는 수많은 한국의 카페 중 하나다.
오빠에게 상큼한 과일과 꽃 향기가 나는 산미 원두를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나라별 원두와 다양한 시그니처 커피를 보내줬다. 이럴 때 커피 만드는 오빠가 있어 좋다.
어머니도 나도 오빠 덕에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을 쓴다. 보내온 커피와 원두를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한국에서 보내주는 물건은 뭐든 반갑지만, 커피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한 사람의 일이 누군가의 아침을 기분 좋게 만들고, 그 기분이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너간다. 오빠는 한국에서 커피를 만들고, 나는 캐나다에서 그 커피를 나눈다.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알림 소리에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월요병을 달래주려는 듯 스타벅스에서 보낸 프로모션이었다.
앱을 열어 자세히 읽어봤다. 추가하는 모든 것이 무료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음료 자체가 공짜인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끌렸다.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도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회사까지 가는 동선을 그려봤다. 화장을 하는 동안에도 어떤 커피를 마실지 고민했다.
늘 마시던 커피는 카푸치노나 플랫화이트였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매일 마시는 커피가 비슷하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메뉴를 바꾸지 않는다. 익숙한 맛은 실패할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는 말은 평소라면 망설였을 조합에 도전할 핑계를 만들어줬다.
출근하기 전, 앱을 열어 주문했다.
말차라테. 1 스푼 말차 추가. 노 슈거. 2 샷 에스프레소, 그중 하나는 디카페인. 1/2 오트밀크와 우유, 프로틴 말차 파우더까지 추가했다. 마지막은 엑스트라 핫.
주문을 마치고 나니 내가 무슨 음료를 만든 건지 나조차 궁금했다. 말차라테를 주문한 건지, 커피를 주문한 건지. 건강을 생각한 건지, 카페인이 필요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맛을 하나씩 더하다 보니 제법 그럴듯한 음료가 완성됐다. 만족스러웠다.
기본 말차라테에 커피를 섞고, 우유와 오트밀크를 함께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말차의 쌉싸름함과 에스프레소의 묵직함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잘 어울릴까. 무료 추가라는 작은 유혹이 어느새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실험이 되어 있었다.
기대하며 음료를 픽업했다.
오, 생각보다 괜찮았다.
스타벅스 특유의 진하고 살짝 탄 듯한 커피 맛에 한국에서 마시던 말차와는 조금 다른, 달콤한 말차라테의 맛이 어우러졌다. 여기에 프로틴 말차 파우더까지 더해지니 왠지 건강한 음료를 마시는 기분도 들었다.
뜨거운 음료를 호호 불며 마셨다.
매일 막히는 출근길인데도 평소보다 기분이 좋았다. 커피 맛 때문일까? 아니면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빛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일 것이다. 늘 지나던 길도 손에 든 것이 달라지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막히는 도로는 여전히 막혀 있고, 회사에 가야 한다는 사실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내가 고른 커피 한 잔 뿐이었다.
오빠가 보내준 산미 커피도 좋지만, 예상치 못한 스타벅스의 알림이 건넨 뜻밖의 미소도 좋았다. 한 잔의 커피가 다른 한 잔을 부르고, 평범한 아침이 작은 실험으로 바뀌었다.
오늘은 왠지 하루가 즐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