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불러낸 9월

구름 잔치

by이수 E Soo

오늘은 어디 갈까?

한적한 주말,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나는 항상 하늘을 살핀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없으면 어쩐지 재미가 없다. 사진을 찍어도 하늘이 허전해 보인다. 붕어빵에 팥이 빠진 것처럼. 하늘에 구름이 없으면 나가는 걸 포기하고 집에서 밀린 일을 한다. 밖에 나가야 에너지를 받는 나인데도, 이런 날에는 나가지 않아도 될 핑계를 찾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나를 바깥으로 유인하는 하얀 구름이 하늘 가득하다. 모양도 가지 가지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하나같이 다른 구름들이 가족처럼 모여 있다.


구름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이다.

차를 몰고 가는 내내 눈앞에는 드넓은 하늘이 펼쳐졌다.

구름들은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우르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둥실 흩어졌다.

저 구름들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늘이라는 커다란 공간에 모여 오늘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양을 보여줄지 회의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나도 똑같지 않은 크기와 모양은 자꾸만 내 상상력을 건드린다. 토끼 같기도 하고, 누워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커다란 강아지 같기도 하다.

구름을 보고 있으면 정답이 없다. 내가 보는 순간, 내가 생각하는 모양이 된다.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구름도 잊지 못한다.

그날도 9월, 오늘처럼 구름이 가득했다. 아마 그날 하늘을 오래 바라볼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캐나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차창 밖 하늘을 계속 올려다봤다.

손을 뻗으면 구름이 닿을 것 같았다.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는 것 같았고, 구름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았다.

아마 그날 이후였던 것 같다. 내가 구름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생각해 보면 한국에 살 때 구름을 제대로 본 기억이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자연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캐나다의 구름이 정말 달랐던 걸까.

아마 구름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나의 시선이 달라졌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많지 않았다. 출근하고, 일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 시선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캐나다에 와서부터 자연을 보고 느끼고, 가끔은 혼자 말을 걸기도 한다.

오늘 하늘은 왜 이렇게 예쁜지,
바람은 왜 이렇게 시원한지,
나무는 어제와 무엇이 다른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면서 내가 사는 곳의 하루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달라지는 구름의 모양을 보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하늘의 색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본다. 처음에는 그저 볼 것이 많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바라볼수록 매일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와 같은 나무인데 오늘은 다르게 흔들리고, 어제와 같은 하늘인데 오늘은 다른 구름이 떠 있다.

내가 달라진 것인지 자연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둘 다일 것이다.


구름을 따라 차를 몰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사과농장이다.

9월이 시작되면 나는 사과를 따러 간다. 여름이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지는 계절, 나무에 매달린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때다. 농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차창 너머에서 나를 따라오던 구름이 이제는 사과나무 위에 걸려 있다.

사과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잘 익은 사과를 하나 골라 손으로 잡고 살짝 돌린다. 톡, 하고 떨어지는 순간 손안에 가을 하나가 들어온 것 같다. 바구니에 사과가 하나둘 쌓인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직접 보고, 만지고, 잠시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이었다.

구름을 따라 나온 하루가 사과를 따는 하루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9월의 첫 주는 이렇게 시작된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가득하고, 내 손에는 올해의 첫 사과가 하나 들려 있다.

구름이 불러낸 사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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