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없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마신 커피에는 온도가 있었다

by이수 E Soo

매일 아침 커피가 필요하다.

단단한 원두가 곱게 갈리는 소리, 곧이어 공기 중에 퍼지는 고소하고 짙은 향. 뜨거운 물을 만나 천천히 내려오는 커피를 바라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몸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

커피는 잠든 오감을 차례로 켜는 스위치 같다. 뇌가 맛을 느끼기도 전에, 향과 온도만으로 이미 “아, 이제 하루를 시작해도 되겠구나” 하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 짧은 착각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그런데 집에서 내리는 커피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왜 다르게 느껴질까. 분명 같은 원두인데.

출근길에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스타벅스 카푸치노를 손에 쥐는 순간에는, 집에서는 얻기 어려운 또 다른 여유가 따라온다. 몇 주 전 아침부터 그 카푸치노가 자주 생각났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깐 숨을 돌리고 싶었던 것 같다.

회사로 향하는 길, 운전대 너머로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본다. 어느새 다양해진 구름 사이로 가을 결이 조금씩 묻어 있다. 차창 밖 풍경이 천천히 지나가고, 손에는 따뜻한 카푸치노가 들려 있다. 커피 한 잔이 아침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순간이다. 그 몇 분이 좋았다.


커피는 왜 그런 기분 좋음을 만들어 줄까?

사실 커피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는 카페인 덕분일 것이다. 몸이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도 카페인은 잠시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준다. 그 짧은 착각 덕분에 기분이 나아지고, 해야 할 일을 향해 갈 힘을 얻는다.

하지만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를 카페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차갑고 무채색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마음 한편이 이유 없이 허전한 날에도 그렇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생각들이 허공을 떠다니는 듯할 때, 짙은 브라운빛의 따뜻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으면 마음 한쪽이 조금 가벼워진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자꾸 흐트러지는 내 리듬을, 내가 좋아하는 속도로 다시 맞추는 느낌이다.


나에게 커피는 일상의 소음과 피로에 무뎌진 감각을 다시 켜 주고, 바쁜 흐름 속의 나를 잠시 멈춰 세운다. 컵을 두 손으로 감싼 채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 앞서가던 마음과 복잡한 생각도 잠시 제자리에 머문다.

하지만 커피가 내게 건네는 것은 잠깐의 쉼만은 아니다. 커피에는 그때의 장면과 사람이 함께 남아 있다. 너와 나란히 마주 앉아 있던 카페의 온도, 창가로 스며들던 햇살, 웃음 사이로 흐르던 음악. 주변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아직 또렷하다. 아마 그날의 커피가 우리의 시간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원두의 커피를 마시며 마주 앉아 있던 너와 나는, 흐릿했던 하루의 한때를 조금 더 밝게 만들곤 했다. 커피는 그렇게 쉬어 갈 틈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누군가와 나눈 시간을 오래 기억하게도 한다. 그래서 커피는 내게 가장 다정한 쉼표가 된다.

TMH-M-Lifestyle-13.jpg커피는 마음의 온도와 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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