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알게 된 것

내가 계속 쓰고 싶은 이유

by이수 E Soo
아침에 글을 써요

일요일 아침, 평일과 같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조금 더 자고 싶어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답답해져 이불을 걷어차고 창문을 열었다. 비가 온다. 비 덕분인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가을바람처럼 차갑다.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아 한참 바람을 맞았다. 시원하다.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카지노를 열었다. 연재북 2화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참 마음이 따뜻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글 하나로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되어, 나의 사적인 공간에 대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며 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작가들을 온라인에서 만나는 일, 그것 자체가 요즘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같은 관심사 안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나에게는 소중하게 다가온다. 온라인카지노에는 매일 수많은 글이 쏟아진다. 그중에 나의 글도 하나다.

사실 [선택은 나에게 보내는 첫 문장이다] 연재북을 만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나다운 글은 무엇인지.

그 글들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는 사람을, 아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참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결국 물건보다 그때 함께했던 사람과 시간, 그리고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 글 안에 조용히 스며든다. 그렇게 나는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추억하며 글을 쓰게 된다.

아마 나는 감정이 오래 남는 사람인가 보다. 누군가와 함께 보낸 시간과 나눈 대화, 그 사이에 쌓인 마음을 오래 품고 산다. 한 번 맺어진 관계는 쉽게 흘려보내지 못하고, 가능하면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른 결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리 소중히 여기고, 오래 좋은 사이로 남고 싶어도 그 사이는 어느 순간 조금씩 멀어지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함께했던 시간을 더 자주 기억한다. 끝보다 그 안에 있었던 따뜻한 순간들을 오래 붙잡아 두려 한다. 아마 내 글이 사람을 향해 자꾸 돌아가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글을 오래 써 온 사람도 아니고, 국문과를 나온 것도 아니다. 보고서를 자주 쓰는 직업도 아니었고, 바카라을 많이 읽으며 자란 사람도 아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글이라고는 일기나,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날 나를 다독이기 위해 적어 내려간 문장, 그리고 상사에 대한 불만을 끄적인 메모가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문학상 공모전에 원고를 내고, 매일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 삶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글쓰기와 바카라 읽기다. 예전에는 디자인만 생각했다.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자리를 조금씩 글쓰기가 채우고 있다. 그저 오래도록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용히 글로 남기고 싶다.


8월에는 하나의 공모전 발표가 있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또 다른 공모전도 기다리고 있다.

복권을 사두고 '당첨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막연한 기대 정도만 하려고 한다. 수천 명의 글 가운데 내 글이 선택될 거라는 꿈은 꾸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니까.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그래도 앞으로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자연에 대한 이야기, 꿈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가려 한다.

일요일 아침이다.

비 소리와 음악, 커피 향이 함께 흐르는 이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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