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신춘문예 입상 후, 눈여겨본 공모전이 있었다. 제30회가 가까울 동안 몰랐던 문학상 공모전. 이 공모전은 총 2,400여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전년 대비 89% 증가한 수치라고 했다.
올해 나에게도 하나의 목표였다.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를 열었다. 작년에는 6월 한 달 동안 접수를 받았는데, 올해는 2주 정도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한 달의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공모전은 이미 5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며칠이 흘렀다. 이미 정해둔 글은 머릿속에 있었다. 그 글을 잘 풀어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5,000자에서 10,000자 분량의 글 두 편을 썼다. 하루 종일 글 생각뿐이었다.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프린트해 읽어보기를 반복했다. 바카라상 위에는 출력한 원고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매일 새 원고를 출력했다. 빨간 펜으로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나는 못하겠다'였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올리는 건 공모전에 비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감이라는 압박이 없어서였나 보다. 쓰다 안 풀리면 저장해 두고 다음 날 다시 쓰면 됐다.
5,000자를 넘기는 글도 아니었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했다. 좋아서. 숨통이 틔여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였다. 공모전은 달랐다. 정해진 기간 안에 글을 완성하고 제출해야 했다.
"신청하겠습니까?" 원고를 제출한 순간, 결과와 상관없이 시간을 돌이킬 수 없었다.
어느 날 오후 바람이 나무를 간질여 가지들이 흔들렸다. 주변에는 나무들이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네에 앉아 하늘 높이 솟은 나무를 올려다봤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머니, 저 나무 좀 봐요! 춤추는 나무들을.'
수많은 초록 나무에 둘러싸인 풍경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려드렸다. 어머니와 한참 통화를 하다가 아버지로 전화를 바꿔주셨다.
"수진이예요. 딸이랑 통화해."
아버지는 눈물이 많은 분이시다. 내가 캐나다로 떠나던 날, 공항에서도 먼저 눈물을 보이셨다. 그날도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아버지, 울어요?"
"괜찮다. 아버지는 안 운다."
그 말에 먼저 울어버린 건 나였다.
아버지와의 그 대화가 집에 돌아온 뒤에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두 편으로 마무리하려던 공모전에 그 이야기를 토대로 한 편을 더 썼다. 글을 쓰는 내내 가슴 한편이 저려왔다. 타국에서 살며 부모님을 향해 품고 있던 감정을 써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두 편도 교정을 봐야 했고, 또 다른 한 편은 새로 써야 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무거워졌다. 즐겁게 글을 쓰던 일이 어느새 숙제가 되어버렸다.
회사에서도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했다. 점심시간에는 출력해 둔 글을 읽고 또 읽었다.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다. 새벽까지 글을 고치고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니 두 눈이 빨개져 있었다. 피곤한 탓이었는지 눈 핏줄까지 터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글을 써본 건 처음이었다.
출퇴근길에도 글만 생각했다. 다른 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트디렉터와 잡지 디자인 미팅을 했다. 모니터를 보며 수정하는데 나도 모르게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물론 디렉터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나는 순간 당황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로 생각하고, 꿈도 영어로 꿔야 하고, 미드나 라디오를 들어야 하며, 머릿속에서 영어가 떠나지 않아야 한다고.
그런데 며칠 동안 공모전 글만 붙들고 있었다. 문장을 고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확인하고, 표현을 다듬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먼저 입에서 나왔다.
동료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버퍼링이 된 듯 버벅거렸다. 한국어로 가득 찬 머릿속에 잠시 쉼을 주려 출퇴근길에는 CBC 라디오를 들었다.
그 짧은 기간에 글 생각만 했다. 그만큼 공모전에 푹 빠져 있었다.
글을 쓰면서 알았다.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공모전을 통해 알았다.
'나도 언젠가는 출간 작가가 되겠지.'
막연하게 품고 있던 꿈이 생각보다 먼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쓴 지 일 년이 조금 지났다.
'나는 할 수 있을까.' 온라인카지노에 연재를 하고 바카라을 출간한 작가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끝없이 수정하고 다시 쓰고, 교정하고 마감하는 시간. 그 모든 과정이 고된 일이라는 걸 알았다.
6,000자가 넘는 글 세 편을 쓰고 제출한 뒤에야 다시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쓴다. 충혈된 눈, 뻣뻣해진 허리, 손목 통증, 그리고 잃어버린 영어. 오롯이 글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공모전은 해마다 있다.
내년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글 근육이 붙는다면 끝까지 써낼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수많은 질문 앞에 머문다.
내 글이 수상이 가능한지 AI한테 물어봤다.
너무도 냉정하게 알려줬다.
대상감이다. ❌ 본선권을 노려볼 만한 글. ⭕
문학적 천재형은 아니지만, 꾸준히 쓰는 실력파 에세이스트에 더 가깝다. 그래서 당선 소식을 들어도 놀랍지 않고, 낙선 소식을 들어도 놀랍지 않은 위치.
이 글을 읽고 한참 웃었다.
*@ttungcoding, 글 제목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 에너지를 저도 받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