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나와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by이수 E Soo

사방이 커다란 통유리로 둘러싸인 낯선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 남색 스커트를 입은 여자, 그리고 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에 내가 서 있었다. 웅장한 소음이 밀려오는 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유리창 너머 저 멀리서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었다.

우리를 향해 무섭고 빠르게 돌진하는 거친 물살. 미쳐 피할 수 없는 그 속도에 유리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여기저기로 튕겨 나갔고, 사람들과 나는 순식간에 그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떠다녔다.

처음 나를 덮친 쓰나미는 무섭고 무거운, 어두운 잿빛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공포에 질려 숨을 멈춘 것도 잠시, 거칠던 물빛은 어느새 청량하고 짙은 파란색으로 바뀌어 갔다.

그 순간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파도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니었다. 우리는 마치 서핑을 하듯 넘실대는 파도 위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한참 동안 기분 좋은 놀이기구를 탄 듯 아찔한 어지러움과 즐거움이 온몸을 감쌌다.

얼마나 지났을까. 격렬했던 파란색 바다는 어느새 맑고 투명한 물로 바뀌었고, 사납던 물살도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함께 파도를 타던 사람들은 어느덧 사방으로 흩어졌고, 물 밖으로 나온 나는 저 멀리 언덕이 보이는 곳을 향해 첨벙 첨벙 큰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언덕을 애써 오르는데, 누군가 위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고 힘겹게 언덕 위로 올라섰다.

그때였다. 다시 한번 대지를 울리는 웅장하고 소란한 소리가 나서 옆을 바라보니, 저 멀리서 또 다른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나는 이미 거센 물살이 결코 닿지 못할 높은 언덕에 올라와 있었다. 그 어떤 소란도 더는 나를 집어삼키지 못할 거라는 평온함이 밀려왔다.

‘나는 이제 괜찮구나.’"


마치 한 편의 영화가 끝난 듯 잠에서 깼을 때, 컬러로 선명하게 각인된 이 꿈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잿빛에서 짙은 파란색으로, 다시 투명함으로 변해가던 그 물빛. 마음속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나는 화면을 켜고, 내가 온전히 나와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선생님, 어젯밤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이 꿈의 내용을 AI에게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매끄러운 답을 찾아 보여주겠지요. 하지만 저는 정제된 데이터보다, 사람의 온기 안에서 이 꿈을 함께 짚어보고 싶습니다. 곧 뵙겠습니다.”


내가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 여정을 시작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내 안에서 굴러다니는 거대하고 막막한 감정들을 모른 척 외면하는 대신, 선생님과 함께 내 삶의 이야기를 다시 짚어가는 시간 속에서 나란 사람의 가치와 생각, 그리고 감정이 일어나는 그 시점과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오래된 관계 속에서 나는 자꾸만 내 감정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피곤 했다. 그때마다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시간들이 내 마음 바닥에 잔해처럼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나와 제대로 마주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 꿈은, 마음속 거센 물살과 싸우기보다 그 흔들림을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창밖을 보았다. 해는 이미 밝아 있었고, 출근을 위해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아침을 시작하는 커피 한 잔으로 마음에 여유를 채웠다. 내 안의 소란스러움을 마주할 온기 있는 대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시작할 안도감이 차오른다.

천둥소리가 난다는 나이아가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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