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날씨를 알아차리는 일
마음이라는 건, 나조차도 잘 모를 때가 많다.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괜찮지 않다. 내 마음이 강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곧은 나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살아보니 마음은 그런 단단한 나무라기보다,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더 닮아 있다.
슬픔, 무기력, 분노, 화, 두려움, 불안, 외로움, 실망감, 허탈함.
즐거움, 기쁨, 행복, 유쾌함, 상쾌함, 흐뭇함, 뿌듯함, 편안함, 흡족함.
이 많은 감정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 감정을 되묻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이야기를 나눴을 때, 어떤 감정이 드세요? 한 단어로 말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춘다.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요? 아… 글쎄요…” 그 질문에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그동안 내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살아왔을까.
어느 날, 가까운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그 순간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그 감정이 서운함인지, 실망인지, 아니면 기대가 어긋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괜찮다’고 넘겼다. 깊은 슬픔이나 분노가 올라올 때마다 그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무시하거나 꾹꾹 눌러 담는 쪽을 선택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슬픈지, 어떤 일로 분노가 일었는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이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 건, 글에도 여러 번 썼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남긴 관계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간격이 궁금해졌다. 나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순간에 나는 흔들리는가.
상대가 보는 나는 멘탈이 강하고, 할 말을 하는 당당한 사람,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한다.
“수진씨도 분노나 화를 내나요?” 그 질문이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그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니까.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내 감정도 쉽게 흔들린다. 어떤 날은 거센 물살에 휩쓸리듯 방향을 잃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나와 내 안에서 움직이는 나는 이토록 다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싶어졌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변화한다는 말을 떠올린다.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이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확언을 하는 루틴도 그 노력 중 하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안이라는 단어가 내 하루를 먼저 잠식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이 늦어질 때면 불안이 올라온다. ‘왜 답이 없지?’ 그 생각은 점점 커지고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순간 멈춰 서서 나 자신을 인식하려 노력한다. ‘아, 내가 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부정하지 않고, 가만히 이름을 불러주며 구분해 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괜히 마음이 불편한 날이면, 도망치지 않고 이렇게 인정해 보려 한다. “아, 오늘은 마음이 조금 흐리구나.” 감정은 적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예보 없이 교차하는 맑은 날과 흐린 날처럼, 어떤 날씨의 감정이 찾아와도 기꺼이 마주하는 연습을 해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