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상을 바꾼 한 문장

나를 데려온 곳, 캐나다

by이수 E Soo

나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내가 내뱉는 말들이 내 삶의 모양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되도록 긍정적이고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려 노력한다.

불면증 때문에 설치한 두꺼운 암막 커튼은 아침의 빛을 완벽히 차단한다.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뜨는 일은 매번 쉽지 않지만, 나는 그곳에서 나만의 아침 의식을 시작한다. 바로 내 귀에 들릴 만큼 분명한 목소리로 확언을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행복으로 가득할 거야."

"이번 주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온다고 했지만, 나의 세상은 환하게 빛날 거야."

천장을 보고 누워 내뱉는 이 말들은 단순한 혼잣말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확증(Self-Affirmation)이라 부른다.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와 긍정을 말로 표현할 때, 뇌는 스트레스를 방어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회로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또한 우리 뇌 속의 망상활성계(RAS)라는 필터는 내가 말한 단어들을 이정표로 삼는다. "환하게 빛날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뇌는 일상의 수많은 장면 중에서 빛나는 순간들만 골라내어 내 시야에 배치한다. 말하자면, 아침의 확언은 오늘 하루라는 캔버스 위에 미리 밝은 색 물감을 뿌려두는 밑작업인 셈이다.


내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게 된 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나는 "세상을 무대로 일 할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고,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그저 즐거웠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무엇이 그리 뛰어나다고 감히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꿈꿨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시절 내 머릿속은 온통 그 말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그 희망 아닌 희망을 품은 채 매일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멋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디자이너의 삶은 철저한 을의 위치였다. 광고주 말 한마디에 공들인 콘셉트가 뒤집히고, 며칠 밤낮을 고민해 만든 광고와 카피가 엎어지는 일은 일상이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새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날들이 허다했다.

날밤을 새우는 고단함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희생도, 상사의 무례한 지시도 나를 끊임없이 지치게 했다. 너무 지쳐 일을 그만두고 몇 달을 쉬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내가 다시 돌아온 곳은 디자인이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라는 업의 본질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 고단한 창조의 과정을 버티게 한 것은 결국 내 마음 한구석에 깊이 새겨진 긍정적인 문장이었다. "나는 결국 해낼 것"이라는 그 말들이 무너지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곤 했다.


캐나다에서 다시 대학을 다닐 때, 마케팅 수업 시간의 발표 차례였다. 나는 교수님과 동기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내가 만든 디자인을 어디서나,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내 디자인이 존재하는 그런 작업을 할 것이다."

물론 나는 지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도 아니고, 대단한 예술 작품을 남긴 아티스트도 아니다. 하지만 대학 시절 마음속에 품고 입 밖으로 꺼냈던 그 확언이, 결국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이 아닌 이 거대한 나라에서, 내가 만든 디자인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결과는 내가 내뱉었던 말과, 나의 미래에 대해 가졌던 순수한 기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 확언은 최근 다시 한번 현실이 되었다. 내가 디자인한 [The Malta Book]의 북론칭 행사가 뉴욕에서 몰타 영사관과 몰타시 주최로 열린 것이다. 그들이 내가 디자인한 바카라을 소중히 들고 사진을 찍으며 축하 파티를 여는 모습을 보았다. 또한, 그 바카라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아마존 킨들(Kindle)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Malta 도시의 레스토랑 셰프

마음에 새긴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오만한 문장은 결국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 문장은 나를 한국이라는 익숙한 테두리 밖으로 밀어냈고, 캐나다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게 만든 보이지 않는 지도였던 셈이다.

오늘도 나는 아침의 어둠 속에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암막 커튼 뒤의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내가 내뱉은 빛나는 문장들이 하루의 조도를 바꿀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마법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선언한 대로 나의 세상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나 자신과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다.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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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나는 시각적 번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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