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나만의 하루

오늘은 출근 안 할래요

by이수 E Soo

이스터(Easter) 연휴가 끝난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싫었다. 머리도 아픈 것 같고, 목도 아픈 것 같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픈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날에 쓰는 거겠지, 식데이.

오너에게 출근하지 못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스스로에게 허락한 하루의 데이 오프.

창문을 열어보니 자유로운 흰 구름이 파란 하늘에 가득히 떠다니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맑고 투명한 하늘이었다.
그 하늘과 구름이 반가웠다. 마치 보고 싶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출렁이는 물결을 보며 고요히 바카라을 읽고 싶었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에서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을 천천히 글로 써 내려가고 싶었다. 흐르는 물처럼 넘쳐나는 생각들도 그 물결에 함께 흘려보내고 싶었다.

아침으로 오트밀 반 그릇과 달걀 프라이, 피넛버터를 바른 빵 반 조각을 순식간에 먹고, 바카라 한 권과 맥북을 챙겨 나왔다.

요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카라을 정독하고 있다.
[잡문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 [먼 북소리], 그리고 지금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과 [노르웨이의 숲]을 동시에 읽고 있다. 전에 최진영작가의 글에 빠져 그녀의 바카라을 찾아 읽었듯이, 이번에는 하루키의 문장 속에 머물러 있다. 마치 곁에 앉아 속삭이듯, 조근조근 다정하게 일상의 위로를 건네고, 곁에 조용히 앉아 낮은 목소리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바카라 같다.

나는 음악도, 미술도 무언가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파고든다. 아마 한동안은 하루키 속에서 살게 될 것 같다. 그의 조근조근한 문장 속에서, 고독하지만 따뜻한 세계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오늘 같이 달콤한 날에는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가 딱이다. 커피를 픽업해, 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를 달려 호숫가에 도착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물 냄새와 파도 소리가 하루 종일 회사 바카라상에 묶여 있던 마음을 천천히 풀어준다.

평온하다.

나는 물이 있는 곳에 끌린다.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물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이 좋다.

손가락 사이로 고운 모래가 흘러내리는 해변 길을 천천히 걸었다.
들고 나온 카메라에 이 풍경을 담았다.

물 위에 비친 햇빛이 잔잔한 물결과 함께 흔들린다.
반짝인다.

구름 사이로 스며든 햇살에 공기마저 반짝이는 것 같다.

이 느낌이 좋아 나는 자주 이곳에 온다.

고요하다
여유로운 오후 햇살

매일 물결치듯 흔들리는 감정들 사이에서,
버려야 할 것과

담아야 할 것을 조용히 가려내기 위해.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흐르지 못했다.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고,
그래서 스스로를 더 버겁게 만들었다.

그런 나를 마주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흐르도록 두려고 한다.

나를 무겁게 만드는 생각들은 흘려보내고,
끝내 남는 감정만 조용히 붙잡아 보려 한다.

'모든 것은 흐른다.'

붙잡고 있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처럼.

그래서 어떤 것들은 흘려보내야만 남는다.


눈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 아래,

차가운 바람과 그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 위로, 물결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하루는 놓치고 싶지 않은,
반짝이는 오후다.

Soo+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계절이 바뀔 때마다, 또 입을 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