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삿날

by왼손잡이 인생

내가 어려서 놀던 곳은 택시 회사 직원용 숙소였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하나를 덮어주는 오래된 골진슬레이트와

누런 게 깔려있는 빛바랜 장판과 풀이 일어나 너덜거리는 신문벽지

잘 맞지 않아 덜 껑거리는 창문틈에 붙어 숨을 쉬고 있는 찢어진 문풍지가

매서운 한기를 뿜어내듯 나팔 거였지만 나는 개이치 않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걸 느낄 수 있어기에 동장군 쪼무라기는 무섭지 않았다.

리어카에 한 짐 가득 쌓아놓은 이사 봇다리를 놓고이 맞당치 않아 창고로 쓰는

문 없는 흙바닥 신문지를 깔고 쌓아 두었다.

엄마는 천천히 정리하신다고 우선 필요한 세간살이를 챙기셨다.

방이 하나라서 부모님은 걱정을 하셨지만 우리 삼 형제는 새로운 집이 생겨 신이 나었다.

이사하는 날은 귀한 자장면을 맛볼 수 있었기에 우린 좋았다.

우리 집 앞집에는 목재소가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집 아들하고 난 같은 학년이었다.

방을 나누기로 결정한 아버지는 목제상에서 큰 합판을 사 오셨다.

손재주가 좋으신 아버지는 뚝딱하고 안방을 만드셨다.

완벽한 분리가 시작이 되었다 사실 며칠 간은 한방에서 굴러 다녔기 때문에 다소 불편했다.

지금은 시장이 들어서 복잡하지만 그 당시 택시회사 자리는 외진 곳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한참을 걸어 나가야 집들이 보였고 내 걸음으로는 한참을 달려야 구멍가게가 나왔다.

깜깜한 길을 언제나 아버지가 주신 미제딱지가 붙은 동그란 군용 플래시를 켜고 엄마와 동생의 주전부리를 사러 달려야 했다.

동생은 이제 막 걸음마를 뜨였기에 같이 갈 수 없었다 행복한 녀석이었다.

구멍가게는 엄마 친구분이 하는 가게이였다.

허기진 배꼽을 달래기 위해 엄마를 졸으면 웃으며 난 꿀꽈배기 난 초코파이와 사이다

혼자 가는 그 길은 약간은 무서웠다 오직 밝은 달빛만이 나를 따라 달리기 시작해다.

내 배꼽을 달래줄 간식만이 든든한 친구였고 기쁨이었다

한 가지 쑥스러운 것은 항상 빈손으로 내 배꼽을 채우던 것이다

아버지 봉급날이 빼곱하게 적혀있던 글자들이 사라지고 햐얗고 순결한 노트가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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