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쓱, 쓱, 쓱, 쓱, 쓱.
동네 어귀에서 들려오는 이소리는 아마도 김 씨 할머님이 새벽부터 집 앞 골목을
청소하는 소리일 것입니다.
한 번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었거든요.
남편분이 돌아가신 후로 줄곧 마당과 집 앞 도로를 청결하게 유지하며 살아오셨습니다.
나이가 여든이 되어가시지만 꼬부라진 허리를 애써 펴가며 청소만은 직접 하시려고 합니다.
어디선가 달그락달그락 찻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어르신, 더우신데 시원한 차 한잔 드시고 같이 해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평상에 앉아 아침 햇볕을 쬐는 어르신은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용길이 엄마, 고마워 참 좋은 날이야. 차 한잔 하기. 그렇지?” 하며 웃으신다.
남편 아이 모두 챙겨 아침밥 먹여 보내고 천천히 동네 어귀에 놓인 평상으로
하나둘 모여든다.
가벼운 먹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들고서...
정다운 아침 인사를 나누며 밤사이 동네 소문이나 화젯거리인 뉴스를 이야기하다가,
때로는 별일 아닌 일에도 박장대소를 한다.
“정수 엄마, 어젯밤에 그것 알아!”
“뭐, 그게 뭔데…?”
“우리 골목 아래 저기 빨간 집 있잖아.”
“응, 있지. 수찬이 가족이 이사 간 후 빈집이었지 아마도…”
“글쎄…”
“글쎄 뭐, 감질나게 하지 말고 어서 말해봐, 정수 엄마.”
“알았어, 말해줄게. 잘 들어봐. 그 빨간 집에 아주 젊고 예쁜 신혼부부가 이사 왔어.”
“그래? 누구한테 들었는데?”
“부동산 정자 언니에게.”
“그럼 확실하네. 근데 그게 뭐, 신혼부부가 올 수도 있지.”
“올 수도 있지, 그렇다고… 뭐
난 또 뭐라고. 언제 인사라도 나눠야 하겠어.
우리 동네 정서도 알려주고 서로 잘 지내면 좋잖아.”
동네 어귀 평상은 때로는 동네 반상회가 되기도 하고,
누구 집에 애경사가 있으면 축하도 위로도 했다.
날 좋은 날엔 햇살 같이 받으면 비타민 충전하면 그날그날의 이야기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었고 간혹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들이 이 막을 장식할 때도 있습니다.
“동생 우리 집에 좋은 술이 들어왔어 맛 한번 볼 테야.
오늘 들은 얘기 중에 가장 솔깃한 말인데요. 형님
그러면 안주는 제가 들고 갈게요”
아파트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이곳만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빨간 집에 이사 온 신혼부부 이야기는 언제나 동네의 화두가 되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아직 아이가 없다고 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딩크족도 아니고, 정말 예쁘고
착한 아이를 원하지만 생기질 않아
양쪽 집안에서는 내심 걱정하는 눈치라고 라며
눈물을 보이더라는 말에 모두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그래
어쩌냐 에그....
“정수 엄마처럼 숭덩숭덩 낳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뭐, 내가 애를 쉽게 낳은 줄 알아? 얼마나 힘들었는데.
잊을 만하면 생기고, 잊을 만하면 생기고, 다 잊었나! 하면 또 생기고…
나도 정말 힘들었어!”
웃으며 정수 엄마는 말했다.
“알지, 알아. 나도 별반 없었지 뭐…”
잊지 못해지만 또 생기는걸 어쪄누....
조용히 듣던 할머니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자주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있었지
“말 하나에서 행복과 불행이 나온다고 했지.”
그리고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 시댁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
아이를 원하는 부부에게 정성 어린 말과 행동을 하면 그 부부에게 좋은 일이 생긴 다지.
사실 간단해. 새댁을 부를 때 이름 대신 ‘누구 엄마, 누구 엄마’라고 불러주는 거야.
가령 ‘희망이 엄마, 희망이 엄마’하고 자꾸 불러주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 생긴다고.
우리 시댁에 언니, 오빠들 자녀가 많잖아.
첫 아이를 가질 때 태명처럼 불러주었지.
‘소망이 엄마, 희망이 엄마, 재록이 아빠…’
하여튼 우리 족보에는 ‘말 하나에서 행복과 불행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어.
말속에는 엄청난 기운이 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하셨지.
내가 이 나이 먹어보니 느꼈지더라고. ‘말조심’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말이야.
그런데 장난으로 ‘누구 엄마, 누구 엄마’ 하면 안 돼. 효과가 없어.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불러줘야 올바른 효과가 나온다고
살아생전 내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했어....
특히 하나보다 둘이 낫고, 여러 명이 진심 담아 불러주면 자신도 모르게 희망의
씨앗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해주곤 하셨지.”
“그러면 누가 올바른 효험을 본 사람이 있나요, 어르신?”
할머니는 잠시 눈을 감고 오래된 기억을 더듬었다.
“있지. 우리 큰댁에 살던 작은며느리 말이다.
그 부부가 아이가 없어 속을 태우던 시절, 온 동네가 ‘희망이 엄마, 희망이 엄마’하고
불러주었지.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희망이 찾아왔다지.
그 아이가 지금은 훌쩍 커서 대학에 다니고 있지.”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던 할머니는 지금은 안 계시지만.....
골목 어귀를 비추던 따뜻한 햇살처럼 작은 동네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
아 그리고 그 새댁의 태명은 ‘행운’이었고,
지금은 골목 앞 유치원에 다니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놀고 있다.
“수빈아, 너희 집도 강아지 키우고 있어?
우리 행복이 는 푸들이야.
응 이쁘다. 행복이
우리 집은 콩콩거린다고 콩이 몰티즈야
엄청 귀엽겠다 하하하
우리 동네 만에 전해 오는 이야기되어 버린 지금 십 년 전 그때가 그리운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