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구역나누기

by왼손잡이 인생

부모님 방을 제외하고 형과 나는 구역을 나누었다.

동장군 나뿌랭이가 기세를 부리는 창쪽에는 형이 자리를 잡았다.

사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이 더 많았다.


동생은 엄마 품에서 항상 있었기에 내 자리는 유난히도 넓었다.

벽지로 장식한 신문지 얼굴들이 밤이 되면 나를 부엌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가,

다시 부모님 방 쪽으로 돌렸다가, 형이 있는 창쪽으로

그렇게 사방팔방으로 돌아야 아침이 밝아왔다.


부엌으로 가는 문지방에 머리를 박고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바탕 소동을 치러야만 아침이 밝아오는 나의 버릇은 고등학교에 가서야 고쳐졌다.


부엌 쪽으로 향하는 곳에는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열면 방 안으로 따뜻한 온기와 배꼽시계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밀려왔다.

까만 솥단지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는 아궁이 속에서 실한 장작불을 꺼내어 석쇠에 윤기 나는 김을 바싹 굽고 계셨다.


잠에서 깨기 싫어하는 배부른 하얀 나비는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세로로 된 눈을 떴다 감았다 했다.

저 녀석은 모험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소리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저녁이 되면 웃는 얼굴로 아궁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궁이 옆 짚으로 깔아놓은 자리에 나비가 누워 있었고, 한 줌도 안 되는 작은 꼬무리들이

앞다투어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출산한 나비를 위해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손 큰 엄마 덕분에 삼일 동안 진한 미역국을 먹을 수 있었다. 아니, 사골 같은 미역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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