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장: 상장이라는 욕망에 멀어버린 이성

by박태훈 작가

만년필을 내려놓은 손가락 끝에 남아 있는 미세한 온기가 꼭 죄의 흔적 같았다. 최고일이 서류철을 품에 안고 비서실 문을 나서는 소리가 들린 후에도 나는 한참 동안 내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들이 일순간 나를 옭아맨 거미줄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안은 찰나에 불과했다. 머릿속을 채운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그 두려움의 장막을 뚫고 솟아오르는 거대하고 찬란한 신기루였다. 코스닥 상장 종목 Open Technology, 기업가치 2조 원, 최연소 상장 기업인 박태후. 그 화려한 활자들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성공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와 평생을 엘리트로 살아온 나에게, 그리고 부모님의 그 무거운 기대를 등지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나에게 상장이란 완벽한 증명서였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를 꿈꾸던 대학 시절의 나, 컵라면 냄새 가득한 동아리방에서 소니 바이오 노트북을 두드리며 밤을 새우던 스무 사의 박태후가 마침내 세상의 정점에 서서 소리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상장 종목의 종소리가 여의도 거래소 로비에 울려 퍼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최고일이 내 안의 그 뜨거운 불덩어리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사냥꾼의 본능으로 내 약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며칠 뒤 그는 집무실로 들어와 평소보다 훨씬 더 정중한 태도로 내 앞에 새로운 인쇄물들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상장 주관사에서 보낸 예비심사 청구 일정표와 함께, 우리 회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상장 기념 패의 시안이었다.


대표님, 이제 정말 문턱 앞입니다. 주관사에서도 우리 GP4의 트래픽 성장세와 이번에 맞춘 매출 규모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예비심사 청구서만 정식으로 접수되면, 그 뒤로는 탄탄대로입니다. 대한민국 에이아이 역사는 Open Technology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겁니다.


최고일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실크처럼 내 귀를 감쌌다. 그의 손가락이 일정표의 빨간 동그라미를 가리켰다. 그 동그라미는 나에게 구원의 날짜처럼 보였다. 그날만 지나면, 상장이라는 거대한 면죄부를 받기만 하면 지금의 이 얄팍한 가공 거래나 자금 돌리기 따위는 거대한 성공의 신화 뒤로 완전히 묻혀버릴 터였다. 역사란 결국 승자의 기록이니까. 성공한 편법은 혁신적인 경영 전략으로 포장되기 마련이었다.


최 이사님, 주관사 실사 단계에서 혹시라도 가공 매출 부분이 걸릴 위험은 전혀 없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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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장은 처음이라" 박태훈 작가의 온라인카지노 스토리 입니다. 24년차 야생 사업가, 10개 법인 운영 및 50개 아이템 성공 실패 경험, AI Native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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