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발밑으로 흩어지는 복도를 지나며, 나는 심장 한구석이 서서히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2천 명의 직원이 내 이름을 연호하던 광장의 열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이제 내 제국에는 오직 감시와 침묵의 냉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최고일이 쳐놓은 보이지 않는 그물망이 조직의 숨통을 조여오는 동안, 나는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본부장 이새롬. 그녀는 내가 이 회사를 세우고 GP1의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모든 험난한 과정에서 내 곁을 지켰던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차가운 이성으로 나의 무모함을 제어해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본부장실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불안감이 뱀처럼 기어올랐다. 똑똑, 노크 소리가 적막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새롬은 바카라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내가 들어서는 순간 환한 미소와 함께 커피를 권하거나 가벼운 농담을 건넸을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시선은 서류 뭉치에 고정된 채, 내가 맞은편 의자에 앉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새롬 씨,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내 목소리에는 나도 모르게 깃든 피로와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그제야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예전의 그 따뜻하고 총명하던 빛을 잃어버린 채, 마치 낯선 협력업체 미팅을 대하듯 지극히 비즈니스적이고 차가웠다.
네, 대표님. 말씀하세요. 안 그래도 상장 준비 일정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예전의 태후 씨에서 대표님으로 완전히 굳어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사 구분을 넘어, 우리 사이에 거대한 벽이 세워졌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였다. 나는 침을 삼키며 본론을 꺼냈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 직원들이 나를 피하고, 복도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만 들려. 전략기획팀장이 울면서 나를 찾아왔었어. 최 이사가 그 친구들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을 퍼붓고 고립시키고 있다는군. 새롬 씨는 이 상황을 알고 있었어?
내 질문에 이새롬의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팔짱을 끼었다. 그 방어적인 자세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최 이사님이 독단적으로 하신 일이 아닙니다. 저와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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