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팀장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선 뒤, 집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묵직하게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내 제국의 문이 닫히고 내가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히는 신호음 같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경고음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최고일이 내 대신 조직의 굳은살을 제거하고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착한 사장이 되고 싶었던 나의 나약함과 숫자에 대한 무지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눈먼 맹신은 그렇게 나를 눈멀게 만들었다. 최고일은 전략기획팀을 흔들어 놓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뱀처럼 은밀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며 회사의 가장 깊숙한 심장부로 독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내가 세운 Open Technology의 모든 소통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신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정보도 나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벽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보고 체계의 일원화를 들고 나왔다. 내 집무실 소파에 앉아 아주 자연스럽게 두꺼운 결재 서류철을 밀어놓으며 그가 건넨 말은, 당시 나에게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대표님, 이제 직원이 2,000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입니다. 각 부서의 자질구레한 실무 보고까지 대표님이 직접 받으시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경영 효율을 극도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앞으로 모든 부서의 보고서는 제가 신설한 경영조정실에서 먼저 취합하고 검토한 뒤, 대표님께는 핵심적인 의사결정 사안만 요약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은 오직 GP4의 고도화와 기술의 미래만 바라보십시오. 진흙탕 같은 원가 계산이나 인사 갈등은 제가 다 걸러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나를 향한 깊은 충성심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제안이 나를 배려하는 늙은 현자의 지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매일 쏟아지는 수십 개의 보고서와 결재 요청에 지쳐가던 참이었기에,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개발에 몰두해야 할 시간에 너무 많은 행정 업무에 치여 있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체계를 잡아주십시오. 앞으로 모든 보고는 이사님을 거쳐서 올라오도록 공식화하겠습니다.
그 한 번의 끄덕임으로 나는 내 눈과 귀를 스스로 가려버렸다. 최고일은 합법적인 권한을 쥐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휘둘렀다. 그가 신설한 경영조정실은 회사의 효율을 높이는 기구가 아니었다. 나에게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검열하고 조작하는 거대한 필터이자, 직원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철옹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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