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민 연봉 협상 보고서의 정갈한 숫자들에 눈이 멀어 있을 때, 정작 내 제국의 가장 뜨거운 심장이었던 전략기획팀은 소리 없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전략기획팀은 내게 단순한 부서 그 이상이었다. GP1의 비전을 함께 설계하고, GP4의 세계적인 흥행을 위해 밤낮없이 머리를 맞대던 나의 동지들이자 Open Technology의 브레인이었다. 그들은 코딩을 할 줄은 몰랐지만, 내가 만든 기술이 세상에서 어떻게 숨 쉬고 움직여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최고일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첫 번째 타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전략기획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추악한 의도를 가장 먼저 간파할 수 있는 똑똑한 눈들을 가리고, 나와 가장 가까운 수족을 잘라내는 것. 그것이 사냥꾼이 설계한 완벽한 고립의 시작이었다.
최고일은 뱀처럼 교묘하게 움직였다. 그는 전략기획팀원들을 한 명씩 재무이사실로 불러들여 보이지 않는 칼날을 휘둘렀다. 문이 닫힌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 내가 알던 인자한 어른의 그것이 아니었다. 낮고 서늘하게 벼려진 폭언이 어린 직원들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너희가 하는 일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나? 개발자들이 뼈 빠지게 코딩해서 돈 벌어다 주면, 너희는 그저 예쁜 파워포인트나 만들면서 회사 돈을 축내고 있는 것 아닌가? 박 대표도 너희 팀을 아주 골칫덩어리로 생각하고 있어. 기술 기업에 이런 쓸모없는 기획 조직이 왜 필요하냐고 나한테 몇 번이나 하소연하더군. 내가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해 주려고 막고는 있지만, 솔직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치명적인 독이 되어 직원들의 마음속에 퍼졌다. 평소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던 직원들에게 내가 자신들을 멸시하고 골칫덩이로 여긴다는 거짓말을 심어준 것이다. 최고일은 내 이름을 방패 삼아 폭언을 일삼았고, 정작 자신은 그 폭언 속에서 직원들을 지켜주려 애쓰는 유일한 구세주인 양 위장했다.
팀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밤을 새워 기획서를 쓰고, GP4의 마케팅 전략을 짜며 느꼈던 자부심은 한순간에 수치심과 배신감으로 변했다. 최고일의 폭언은 집요하고 반복적이었다. 보고서의 자구 하나, 기획서의 숫자 하나를 꼬투리 잡아 소리를 지르고 서류를 내던지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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