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회사에는 또다시 가장 피하고 싶은 계절이 찾아오고 있었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개발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고,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이들의 기대치와 현실적인 재무 상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고역이었다. 숫자를 다루는 일보다 사람의 마음을 조율하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어려운 고차방정식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직원 한 명 한 명과 마주 앉아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의 서운함을 달래고 비전을 공유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 임직원이 2,000명에 육박하는 거대 조직이 된 지금, 더 이상 그런 원시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내 체력은 이미 고갈되어 있었고, 산더미처럼 쌓인 결재 서류 앞에서 나는 숨이 막혀가고 있었다.
그런 내 초조함을 가장 먼저 읽어낸 것은 최고일이었다. 그는 내 집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들어와, 언제나처럼 단정하고 신뢰감 주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표님, 슬슬 연봉 협상 시즌이 다가오는데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해서, 듣는 것만으로도 팽팽하게 조여 있던 긴장감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바카라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직원들의 인사 평가 자료를 신경질적으로 정리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이사님. 매년 하는 일이지만 참 적응이 안 되네요. 다들 고생한 건 아는데, 회사의 자금 유동성도 고려해야 하고,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최고일은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부드러운 어조로 속삭였다.
원래 이런 일은 대표님이 직접 하시는 게 아닙니다. 사장은 언제나 직원들에게 좋은 사람, 비전을 제시하는 관대한 리더로 남아야 합니다. 돈을 깎고 굳은 소리를 하는 악역은 아랫사람이 도맡아야 하는 법이지요.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이번 연봉 협상은 제가 전권을 위임받아 진행해 보겠습니다. 회사의 재정 건전성도 지키고, 직원들의 반발도 최소화하는 선에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의 제안은 달콤한 구원의 밧줄 같았다. 나를 대신해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악역을 자처하겠다는 그의 배려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현명한 조언자가 내 곁에 실존한다는 착각에 완전히 도취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연봉 협상 권한을 그에게 일임하겠다는 서류에 결재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것이 내 제국의 심장부를 도려낼 칼날을 쥐여주는 행위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다음 날부터 최고일의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었다. 재무이사실의 두꺼운 유리문이 닫히고, 직원들이 차례로 그 안으로 불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 문이 열릴 때마다, 사무실의 공기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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