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진흙탕 싸움은 내가 다 막겠습니다

by박태훈 작가

이새롬 본부장이 남기고 간 차가운 한숨의 여운이 집무실 공기 중에 흩어지기도 전에, 최고일 이사는 내 바카라상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는 마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린 불안을 훤히 읽고 있다는 듯, 특유의 인자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안심시켰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묘한 마취 성분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사방에서 조여오던 경영의 압박감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집무실 문밖 복도 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평소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던 사무실의 분위기를 단숨에 깨뜨리는 난폭한 소음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비서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 중년 남성이 들이닥쳤다. 우리 회사의 핵심 인프라인 대규모 서버 호스팅을 공급하는 협력 업체의 상무였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박 대표,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벌써 3개월째 서버 이용료가 밀렸습니다. 오늘 자정까지 미수금 3억 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예고해 드린 대로 오늘 밤 12시를 기해 Open Technology의 모든 서버를 차단하겠습니다. 법대로 하려면 하십시오. 우리도 더는 못 버팁니다.


그의 외침은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서버 차단이라니. 그것은 현재 수억 명의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GP4 서비스의 즉각적인 사망 선고를 의미했다. 서비스가 단 일 분만 중단되어도 우리 회사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고, 상장을 코앞에 둔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갑작스러운 위기 앞에서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턱 막히며 숨이 가빠왔고, 귓가에는 삐 소리와 함께 이명이 울렸다. 과거 나를 괴롭혔던 공황장애의 그림자가 다시 나를 덮치려는 순간이었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을 때, 내 앞을 막아서며 나선 것은 최고일이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싹 거두고, 차갑고 묵직한 위엄을 풍기며 상무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움직임은 기이할 정도로 침착하고 신속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박태훈 작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도 사장은 처음이라" 박태훈 작가의 온라인카지노 스토리 입니다. 24년차 야생 사업가, 10개 법인 운영 및 50개 아이템 성공 실패 경험, AI Native 전문가.

9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2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27장: 내 눈을 가린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