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잃게 될 터였다. 그 냉혹한 문장이 뇌리에 박혔을 때, 나는 멈춰 섰다.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멈춘다고 해서 길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확장되는 디지털 우주였다.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 AI가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방향을 잃은 채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배처럼, 나는 그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이전에는 명확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AI Agent를 동원해 빠르게 구현하고 시장에 내놓았다. 그것이 곧 나의 존재 이유이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믿었다. 밤샘과 과로의 고통 속에서도, 나는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위안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아이디어가 똑같은 무게로 나를 짓눌렀다. 저것도 가능하고, 이것도 가능하며, 심지어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것들마저 AI는 '할 수 있다'고 속삭였다. 그 속삭임은 처음엔 달콤했지만, 이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거대한 거미줄이 되었다. 내 발목을 잡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성공의 가능성이었다.
내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 목록은 수십 가지였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플랫폼,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 예술 창작 도구, 심지어는 복잡한 과학 연구를 보조하는 시스템까지. AI는 이 모든 것을 단 몇 시간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고, 그 가능성은 내 머릿속에서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 파도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어떤 파도를 타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할지, 그 모든 선택지 앞에서 나는 마비된 듯 서 있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길이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나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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