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의 미로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7살 아들의 순진한 질문이 잠시 멈춰 세웠다. 아빠, 왜 아무것도 안 만들어? 그 물음은 내가 잃어버린 것이 단순히 시간이나 에너지가 아니라, 내가 왜 이 모든 것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목표와 방향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하지만 깨달음이 곧 해답은 아니었다. 여전히 나의 뇌는 마비된 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내 안에서 나침반을 찾아야 한다는 막연한 예감만이 희미한 불빛처럼 깜빡일 뿐이었다.
며칠 밤낮을 나는 그렇게 침묵 속에서 보냈다. 노트북 화면은 켜져 있었지만, 아무런 코드도, 아무런 기획서도 내 손에서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갖 아이디어와 가능성들로 가득했지만, 그것들은 마치 거대한 쓰레기 더미처럼 나를 짓누를 뿐이었다. 한때 나를 불태웠던 열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무기력과 공허함만이 남았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시작했던 이유, 나의 아이들의 미래라는 그 거대한 명제조차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나는 거실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거실 바닥에 앉아 자기들만의 세상에 몰두해 있었다. 7살 아들은 커다란 스케치북에 공룡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5살 딸은 알록달록한 블록으로 기묘한 모양의 성을 쌓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겪는 디지털 세계의 혼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오직 자신들의 상상력 속에서 평화롭게 몰입하고 있었다.
아들은 공룡의 이빨을 그리다가 고개를 들고 내게 물었다.
“아빠, 티라노사우루스는 왜 이렇게 이빨이 많아? 아빠도 공룡 그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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