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가 무얼까?

by드망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니 ,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고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혹은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얼굴 없이 있던 나를

그것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도무지 이름들을 댈 수 없었고.

눈은 멀었고

내 영혼 속에서는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어.

열기 또는 잃어버린 날개가,

혹은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길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 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작디작은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고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유난히도 시를 좋아 했던 아들에게 왜 시가 좋으냐고 물었었다. 아들이 대학 때쯤이니까 벌서 10년도 더 되었다. 그 때 아들은 다른 설명없이 이 시를 보여 주었다. 자기가 쓴 건지, 다른 누군가가 쓴 시인지 아직도 모른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 시를 보면서 왜 아들이 그렇게 시에 정열을 쏟아 붓는지 조금쯤은 이해가 갈 듯도 했다. 그래도 나는 시를 알지 못했다. 지금도 모른다. 시가 싫다고는 아니지만 시에 대한 다른 감정이 일어나지를 않았다. 소설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성향이라 축약된 언어를 이해 한다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시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카톡으로 시를 보내 드린다. 가능하면 매일, 끊이지 않고 시를 보내 드리려고 한다. 도서관에서 시집을 2~3권 빌려다 놓고 적당한 시를 골라서 보내 드린다. 엄마가 좋아하실만한 시를 고르자니 어쩔 수 없이 시집을 다 읽게 된다.


1년이 넘도록 시집을 읽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가 좋아 하시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대부분이었다. 변화를 주기 위해서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시집을 읽는 폭이 넓어지면서 눈이 조금 열리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매일 시를 보내드리면서 나름 내 감상을 보내 드린다. 처음에는 엄마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였다. 나중에는 시보다 내 감상을 더 신경써서 보시는 엄마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당연히 시 한편에 내 감상문이 기본값이 되었다.


자꾸 보아야 예쁘다더니..

자꾸 보니 시가 좋아진다.

시인들의 그 시선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지나갔던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놀라운 능력, 남들은 보지 못하는 이면을 볼 수 있는 예리함.

거기에 그 모든 것을 짧은 글에 담을 수 있는 재능까지!

시인은 타고나야 하는 건가 싶다.


시는 가장 작은 순간들을 마음 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주는 그림이 아닐까 !

시를 보는 눈을 떠가며 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