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졌다.

영어 원서 읽기가 힘들어지는 날.

by드망

가끔, 아니 주기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진다.

영어 원서 읽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진다.

그냥 그만하고 싶어진다.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

하루에 한 줄이라도 안 읽고 지나가는 날이 없기!

지난 5 년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그래도 가끔, 주기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진다.

5 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아직도 편안하게 원서를 읽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전보다는 덜 해도 아직도 원서를 잡으면 가슴이 턱 막힌다. 어떻게든 그 지점을 통과하려 몸부림친다. 또 어떻게 넘어간다.


가장 후회되는 일이 15년 전 영어와 담을 쌓은 일이다. 어느 순간 영어라는 것이 너무 힘들고 부담스러워졌다. 머리를 써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그리고 놓아버렸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10년은 알츠하이머 말기 시어머니를 간병하며 정신줄을 놓고 살았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우리말 바카라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기억하고, 생각해야 하는 일이 정말 힘들어졌다. 덜컥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붙들렸다.


그러다 아들이 선물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고 평생의 친구였던 조르바가 다른 사람이었다. 안정효 님의 춤추는 조르바가 아니었다. 조르바를 영어원서로 읽어보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영어동화바카라으로 시작해서 차츰 수준을 올려갔다. 아이들 바카라을 상당히 많이 읽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정도 머리를 쥐어뜯으면 웬만한 원서는 읽어는 볼만큼 올라왔다.

덕분에 바보가 되었던 머리도 상당 부분 회복이 되었음을 느낀다. 치매 예방에는 외국어 공부가 최고라는 말을 내가 증명한 듯하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진다. 머리 굴리기가 정말 힘들다. 싫다.


전에는 이런 상황이 생기면 초심으로 돌아갔다. 워낙 그림이 예쁜 동화바카라을 좋아한다. 도서관에 가서 예쁜 영어동화바카라을 잔뜩 쌓아 놓고 읽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의욕이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조차 하기 싫다.

정말 황당한 결말이라고 궁금점을 끝까지 끌어올린

The Secrets of The Immotal NICHOLAS FLAMEL을 난리를 치며 빌려 왔다. 마음 같아서는 밤을 새워서라도 읽고 싶다. 머리가 거부한다.


이럴 때는 잠시 거리를 둘 필요도 있음을 안다. 하지만 겁난다. 그 잠깐이 다시는 원서를 읽지 못할 만큼의 두려움과 부담을 채우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오늘도 띄엄띄엄 한 줄이라도 붙들고 몸부림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