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 없으면 못살아

돈이 중요하지만..

by드망

나는 돈 없으면 못살아!

치매 어르신의 울부짖음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미 중증인 치매 환자다. 원래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셨던 분이다. 상당히 비싼 요양원에 독방을 쓰고 계신다. 항상 조용하고 예의 바른 분이다. 그런 어르신의 갑작스러운 울부짖음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를 집에서 모시기 전 2년 가까이 요양병원에 모셨었다. 내 돈 내놓으라는 어머니의 성화였다. 돈을 드려도 되냐는 상담에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랍 가득 들어있는 현금 뭉치를 보여줬다. 5천 원, 만 원짜리에 수표도 있었다. 모두 양면 인쇄를 한 가짜 돈이었다.


그 돈을 한 뭉치씩 드리면 너무들 좋아하신다고 했다. 집에 간다고 보채던 분도 조용해지고, 화를 내며 소리치시던 분도 얌전해진다고..

도대체 돈이 뭐길래, 중증 치매 환자에게 약보다 더 효과가 있는 걸까? 그 당시는 의문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모시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그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젯밤.

다시 그 일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점잖으시던 분이 난 돈 없이는 못 산다고 울부짖었다. 울며 어떡하냐고 하시는 분에게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아드님이 돈 있어서 여기도 다 돈 내고 계시니까 돈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 밖에는.

어르신은 그건 아들 돈이고, 내 돈이 있어야 된다고 잠을 못 주무시고 자정을 넘겼다.


돈이 중요하다. 남편이 퇴직을 하고 공식적인 수입이 없어지면서 돈에 대해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기는 한다. 나이 들면서 돈으로 어른 노릇 할 일이 많아지는 것도 한몫을 한다. 결국 효도도, 형제간 우애도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나 보다.

돈이 없으면 못 산다는 그 본능적인 울부짖음에 진한 거부반응이 올라온다. 돈이 필요는 하다. 크게 호강은 못해도 내가 먹고사는데 지장 없으면 딱 거기까지라 생각하고 살았다. 재테크라는 건 생각도 못 해 본 싦이다.


모든 기억을 잃어 가고, 내 몸 하나 혼자 추스를 수 없는 그 상황 속에서도 돈 없으면 못 산다는 그 울부짖음에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