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도 진상 고객이 있다
예전에 카드 회사에 근무하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충격이었다.
카드 회사에는 진상 고객 명단이 따로 있단다. 그리고 그 진상 고객에게 상납할 선물도 따로 있단다.
그 말을 들으면서 진상짓을 안 하는 고객은 바보구나 싶었다. 결국 우리가 벌어 주는 돈으로 진상 고객을 관리하는 거니까!
요양원에도 진상 고객이 있다. 도저히 말로 설득이 안 되는 막무가내 어르신들이 있다. 보통 치매 환자는 그분이 오실 때만 힘들다. 그때만 지나면 설득이 된다. 어린아이 습관 들이듯 계속 좋은 말로 설명하면서 가르쳐 주면 어느 순간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상 고객은 무슨 일이 있어도 타협이 안된다. 말 그대로 MY WAY다! 안되면 되게 하라!
아마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결과일 거라 생각은 한다. 그래도 막상 부딪치면 너무 답답하다.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라는 그 막무가내는 도저히 어떻게도 해 볼 수가 없다. 이건 치매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살아오신 습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처음에는 설명도 해 보고, 설득도 해 봤다. 사무실에서도 이야기하고, 원장님이 설득해도 안된다. 그냥 자기 말은 다 들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들 포기 단계로 들어갔다. 해 달라고 말이 떨어지면 할 수 있는 선까지는 바로 해 드린다. 정말 안 되는 일들은 그냥 되도록이면 그 방에 안 들어가며 피하는 스킬을 쓰는 수밖에 없음을 터득한 거다.
어떻게 보면 그 진상짓 때문에 다른 어르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누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 하는 어느 누구도 그 어르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요구 사항을 재빨리 들어드리고 그 상황을 피하는데 초점이 있을 뿐이다. 다른 어르신들과는 대화도 나누고, 같이 노래도 부른다. 손도 잡고, 눈도 맞추고, 안아도 드린다. 그 어르신에게는 그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스킨십이나, 정서 지원을 할 수가 없다.
가끔은 그 어르신이 불쌍해서 우리끼리 안 됐다고 이야기를 나룰 때가 있다.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서 그래도 잘해 드리려고 들어가면 무언가 또 마음 상할 일을 만드신다. 이쯤 되면 그냥 삶의 방식이 그런가 싶다.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진상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어르신도 진상짓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예의 바르고 논리적으로 말씀하시려고 하신다. 본인이 진상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조차 못 할 일이다. 그냥 내 생각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내 생각이 옳은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매일 그 어르신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