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전부일까?
처음 요양원 일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일이 있다.
어르신들의 약에 대한 집착이었다. 매번 식사가 끝나면 약을 드리는 일이 정말 크고 중요한 일이다. 수저를 놓기도 전에 약을 찾으신다.
약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금방 약을 드시고도 약을 달라 하신다. 처음에 모르고 드신 약봉투를 버렸다가 쓰레기통 뒤지기를 몇 번을 했다. 약을 드셨다는 증거로 빈 약봉투를 보여드려야 하니까! 3년 차인 베테랑이라 이제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그렇게 약을 잘 먹으면 몸이 멀쩡해져서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신다. 인지가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은 약을 먹는데 낫지를 않는다고 푸념을 하신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는 약이 그냥 약이 아니다. 내가 약느님이라는 표현을 했더니 동료 요양사들이 격하게 공감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동료 요양사들도 약이 우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당뇨약을 먹으면서 음식을 전혀 조심하지 않는다. 약 먹으니까 괜찮다는 말이다. 관절이 아프면서도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다. 진통제 먹으면 된단다. 혈압약을 먹어도 운동을 하지 않고 약에 의존한다.
무슨 일이든 약이면 된다고 한다.
나는 어떤 약도 먹을 수 없는 특이체질이다. 어쩔 수 없이 음식과 운동 관리로 몸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해가면서 몸관리를 하며 배운 것은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는 거다. 약으로 얻는 것이 더 많을 때는 부작용이라는 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몸은 그조차도 거부한다. 부작용의 영역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최대한 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그러자면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한다. 가끔은 단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빵순이인 나로서는 가장 힘든 부분이다. 그래도 단 음식을 먹기 전에 야채나 지방을 먼저 먹는다든지, 애플 사이다비니거를 함께 먹으며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당뇨는 아니고 당뇨 전단계다. 6년째 당화혈색소 5.7~5.8을 유지하는 나에게 의사는 정말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특급 칭찬을 한다. 당뇨약을 안 먹기 위한 사투의 결과다.
한국인들이 특히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한다. 너무 쉽게 처방을 받고, 너무 쉽게 약을 살 수 있는 환경이다.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당장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이 해결되니까.. 하지만 약은 또 다른 약을 부른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일상이 되었으면 한다. 약이라는 우상에 빠져 내 몸의 모든 문제는 약이면 된다는 생각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