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그늘의 숲길을 찾아
나는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은 모르지만, 한 가지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 헤르만 헤세
연일 뙤약볕이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만 유난히 더운 여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상청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는 추세라고 합니다.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저로서는 매해 갱신되는 폭염 속에서 여름 나기가 도전과제처럼 느껴질 정도네요.
서울 숲 공원 일대에 '2026 서울 국제정원박람회' 소식을 접했습니다. '정원도시 서울'이라는 테마로 정원을 조성하여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습니다. 잿빛 도시의 삭막함을 식혀줄 공원 속 축제는 참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진행되는 '국제정원 박람회' 소식이 들리면 시간을 내서 움직이게 됩니다. 국지성 호우를 끝으로 활짝 갠 주말을 맞았을 때 우리는 망설임 없이 축제를 핑계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태양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세등등 엄청나게 머리 위를 달구더군요. 그늘 밑에서도 땀이 고이고 눈을 따갑게 했습니다. 우리는 도망칠 수 있는 그늘을 찾듯 요리조리 햇볕을 피해 다녔지만 역시 아이들은 다르더군요. 서울숲 입구에 자리한 바닥분수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아이들의 장난감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군요.
우리는 그늘진 메타세쿼이아 숲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한 폭의 그림처럼 주변을 담고 있는 거울연못 곁을 지나며 꾸며놓은 정원들을 하나씩 구경했습니다. 커다란 서울숲 공원 곳곳에 소규모로 단장하듯 꾸며놓은 정원들은 보물 찾기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사랑의 눈으로 식물학자처럼 꼼꼼히 지켜보는 즐거움이랄까요.
헤르만헤세는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인 정원으로 향한다고 했습니다. 노동을 가장한 휴식공간이며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의 공간이라고 예찬했지요. 소박한 정원 가꾸기는 날뛰는 마음을 가라앉히게 만드는 침묵의 창조자라고요. 많은 훌륭한 작가들이 정원과 함께 한 것을 보면 정원의 매력은 분명해 보입니다.
숲길에서 만난 영풍문고 팝업스토어 북카페는 자연에서 얻을 수 없는 강력한 매력인 에어컨 바람이 있었습니다. 벌겋게 달궈진 얼굴이 몇 초도 되지 않아 식히는 상쾌함이란! 우리는 그곳에서 꽃과 식물에 관한 여러 바카라들을 핑계 삼아 읽으며 몸의 열기를 거둬낸 뒤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0월까지 행사를 한다고 하니 조금 더위가 꺾이며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게 전체 정원을 꼼꼼히 구경하기에 여름은 역시 무리네요.
*2026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장소: 서울숲 일대
일시: 2026년 5월 1일~10월 27일
규모: 약 15만 평(서울숲+성수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