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질문의 힘에 좌우된다
인간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데 있다. 사람은 자신이 느낀 것, 생각하는 것, 경험한 것, 새롭게 알게 된 것을 타인에게 언어로 전달할 때 강렬한 감정을 경험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과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 두뇌의 쾌락 중추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돈을 받거나 맛있는 음식으로 보상받은 것처럼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말 잘하는 사람을 '대화를 잘하는' 사람으로 착각한다. 화려한 언변이야말로 소통의 핵심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실이다. 물론 표현력이 좋고 말 잘하는 사람이 대화의 양은 우세할지 몰라도 상대의 마음까지 얻었다고는 볼 수 없다.
20년간 코칭 현장에 있었던 저자가 말하는 관계에서 변화를 이끄는 설득법은 '질문의 밀도'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말하는 힘이 아니라 '묻는 힘'에 있다는 뜻이다. 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청'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가 말하고 경험한 감정이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지 감지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밟는(공감적 이해)것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에서 우리의 뇌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닭다리만 봐도 '닭'을 연상(가정)한다. 상상을 하고 결론을 바로 내리는 것이다. 또 아는 학습된 내용이 시작되면 다음 동작이나 일어날 일들을 예측(일반화)한다. 이는 관심이 집중된 방향으로 훈련되고 강화된 믿음의 결과다.
우리는 상대가 어떤 말을 꺼냈을 때 곧바로 공감의 말을 이어가려는 시도(아! 무슨 말인지 알아!)를 한다. 성급한 이해일 확률이 높음에도 그 조바심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이야기 쪽으로 돌려버리고 싶어 안달하는 존재다.
질문하면 관계가 좋아진다
말할수록 공허한 관계가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그 해답은 질문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각자 말하기라는 소음 속에서 '나도 알아'만 외쳤기에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기억에 남지 않아 공허한 것이다.
진짜 공감은 '모르는 상태에서 알아가는 것'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이는 '알지 못함'의 상태에서 상대의 경험에 대해 더 '알아가 보겠다'는 결심이 요구되는 일이다. 한 사건에 얽혀있는 타인의 감정과 의미를 일반화하거나 축소하지 않으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남은 퍼즐 판을 맞춰가려는 태도에서 공감의 마음이 전달된다. 이런 사람은 공감할 때 말이 많지 않다. '어! 나도 그런 적 있는데'라는 말도 쉽게 꺼내지 않는다. 상대의 이야기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
관계가 빛나던 시절을 상상해 보라. 상대를 좋아할 때다. 관심 없는 대상에게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의 관계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김애란 작가의 '빗방울처럼'이란 작품을 소환하며 설명한다. 전세사기를 당하고 그 빚의 무게를 벗어나려 삶을 강행하다 남편의 죽음까지 겪는 40대 여주인공 이야기다.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현실을 낙담하며 자살을 결심한다. 세상 사람들은 무신경하거나 안쓰럽게 여길 뿐 아무도 그녀의 침묵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때 천장을 도배하러 온 외국인 도배사가 조심스럽지만 존중을 담은 표정으로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우리는 작지만 선의가 담긴 관심 있는 질문 하나로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는 존재다. 질문은 순식간에 삶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 나에게 시간을 더 주자는 돌봄을 스스로 주게 된다.
이 바카라은 친구, 연인, 가족, 온라인 게임, 사업관계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관계에 생기를 불어넣는 질문의 기술을 알려준다. 우리는 세상을 대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슬롯에 던져진다. 준비운동 없이 뛰는 것이다. 그러기에 실수와 좌절을 겪으며 간신히 버티며 살아간다. 그게 삶이라고 자위하지만 사실 그것은 정답이 아닌 것 같다. 인생에서 '라이프코치(코칭)'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바카라이 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질문은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역동적인 대화 기술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질문력(力)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오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우리는 과연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믿을 뿐이다. 오래된 부부일지라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 사람의 진심을 깨닫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의 내면은 단순하지 않다. 크게는 감정, 생각, 해석, 욕구, 가치 등이 얽혀 복합적인 층을 이룬다. 따라서 깊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감정),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 (생각), 또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해석), 또 무엇을 원하고(욕구),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치)에 관해 묻는 일이다.
대화의 밀도를 높이는 질문력을 키우는 것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생각될지 모른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7가지 질문 핵심 기술은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것 하나는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그것은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서툴러도 진심을 담으려는 노력과 호기심이 전달된다면 그 모든 상황이 부드럽게 해결된다고 본다. 이야기에 전념하고 나의 이해보다 상대의 진심을 우선시하고 다정한 맞장구로 대화의 흐름을 맞춘다면 그 관계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