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동화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
나는 결국 풀려났지만, 그건 자유라기보다 추방에 가까웠다. 그들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나를 이야기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떠나기 전, 나는 그들의 기록을 잠깐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내가 실제로 한 일보다, 내가 할 뻔했다고 추정된 일이 더 많았다. 나는 그 나라에서 괴물이 되지 않았지만, 괴물이 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아마 그게 그들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결말이었을 것이다.
-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에서의 기억
온라인카지노 이웃분의 출간소식은 내 일처럼 기쁘다. 글은 물론 표지부터 바카라 속의 이미지 하나하나까지 작가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었다. 대단한 열정을 가진 분이란 생각이 든다.
안데르센 동화의 잔혹한 뒷이야기바카라이 출판계에서 한동안 이슈였던 적이 있다. 꿈과 환상으로 덧칠해진 동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 허영, 욕심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 바카라의 저자는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필연적 결론을 장식한 동화 속에 봉인된 뒷이야기를 더 과감히 풀어냈다. 마치 민사소송에서 소를 제기한 원고처럼 이야기의 원점부터 과감히 수정하겠다는 결의마저 보인다.
이 바카라은 안데르센 동화는 물론 영문학 풍자소설 그리고 한국 전래동화까지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들을 소환했다. 거론된 다양한 동화와 소설들 속의 인물들이 자신을 변호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단지 덩치가 컸고 못생긴 외모를 가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다. 친모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하고 따뜻한 양육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들은 판단했다. 착하다고 인정하면 더 이상 그 사람의 가면을 벗기지 않았다. 모두가 믿고 싶어 하는 결말만 보여주면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가치관을 고수하고 당위성을 부여한다. 이분법적으로 확실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스토리를 좋아하는 인간의 습성을 언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해 그들의 가치관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완성되었고 개인의 이기심과 체계적인 이윤 추구는 정당한 욕구로 변해 버렸다.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개인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찾기보다 성공이라는 미래에 저당 잡힌 오늘을 살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본주의체제의 숨겨진 불평등과 불편을 동화 속 인물들을 통해 고발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자본주의체제의 민낯을 알려주는 게 맞을까. 이 바카라은 제목처럼 아이들용이 아니다. 정당화된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어른들에게 결과중심의 체제에서 벗어나길, 반항하며 살아내길 바라는 것이다. 동화가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이상향이 되려면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라는 의미다.
'아기돼지 삼 형제'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부모에게 던치는 쓸쓸한 일침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부의 세습화 및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슬롯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부모는 일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아이들은 따뜻한 양육이 사라졌다. '한 명의 현명한 부모는 백명의 교사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에서 지혜와 노력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아이들을 방임한 부모를 질바카라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하려면 '지시'로 자유를 주기보다 아이 스스로 '판단기준'이 설 때까지 조력해 주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교훈이 있다고 말하더라. 노력하면 살아남고, 지혜로운 자만이 안전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이건 노력이 아니라 방임에 관한 이야기야. 그리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학대에 가깝지. 아이들을 혼자 내보내고 살아남은 녀석만 칭찬하는 거잖아. 운 좋게 살아남은 막내를 기준으로 나머지는 실패했다고 말하는 거잖아.
- 엄마에게 쓰는 편지 / 아기 돼지 삼 형제
그래서 저자의 에필로그는 동화의 뒷이야기의 결론으로 느껴져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이들의 동화는 언제나 불변의 해피엔드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마음은 창조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른의 현실 이야기는 어떤가. 부조리하고 이기적인 경쟁이 난무하다. 에필로그에 기록된 작가의 독백은 마치 자본주의 체제에서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처럼 읽혀 쓸쓸함을 던진다.
'단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금씩 퇴고를 반복할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보이는 이야기가 왜곡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교묘한 문맥배치로 사실을 오도하는지, 논리적인 반박 없이 사소한 실수를 부각하는지 정보를 의심해야 한다. 자본주의 슬롯에서 멘털을 잡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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