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밤 #3

점쟁이의 경고(with 한명회의 답가)

byBill


인과(因果)의 그물[점쟁이 시점의 시]


그대 쥔 채찍이 길다 하나 저승길보다 길겠으며 그대 두른 일품 관복이 화려하다 하나 조카의 수의보다 귀하겠는가.


바람 한 점 없는 밤에 흔들리는 건 네 화려한 옷 자락이 아니라 네가 짓밟은 어린 넋들이 내뿜는 서늘한 숨결이다.


강자가 약자를 삼키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웃느냐 하늘은 구멍이 없어도 그물은 촘촘하여 빠져나갈 길 없으니 네가 적은 살생부의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너의 무덤은 파헤쳐지고 네 이름엔 피눈물이 흐르리라.


만인지상의 자리에 취해 귀신이 뒤에 선 줄도 모르니 인과응보, 그 당연한 도리가 네 숨통을 조일 날을 기다려라.



강자의 도리[한명회 시점의 답가]


노파여, 죽은 고기에게 숨을 불어넣으려 애쓰지 마라 세상은 짖는 개가 아니라, 판을 짜고 채찍을 든 자의 것이니. 그 아이의 눈물이 서럽다 하나, 대업(大業)은 피로 씻지 않고서는 결코 사직을 보존하고 공신(功臣)의 이름을 남길 수 없다.


강자가 약자를 삼키는 것이 내가 세운 이 나라의 법이거늘 하늘의 허락을 운운하며 이 정승의 결단을 모독하느냐. 원혼이 무섭다 하나, 내 붓 끝 하나에 목숨이 오가는 산 자들의 공포보다 하찮은 것이 죽은 자의 원망일 뿐.


내 무덤이 파헤쳐질 날을 기다린다 하였느냐 내가 세운 왕들과 내 딸들이 지킬 이 땅의 번영이 피눈물일지 영광일지, 너 같은 천민은 결코 알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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