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의 기승이 오히려 나를 움직이지 않게 했다.
에어컨 바람 아래 하루를 보내며 시간만 흘려보냈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날들이다.
저녁 무렵이 되자, 운동장 주변에서는 여름의 왕이라 불리는 매미들이 힘껏 울어댔다.
한낮의 뜨거움을 지나 시원한 바람을 맞은 매미들도 저녁이 반가운 것처럼 느껴졌다.
집 밖을 나오니 강렬했던 태양은 어느새 퇴근을 하고, 시원한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먹고 자는 일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몸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어느새 내 몸은 튜브에 바람을 가득 넣은 듯 불어난 느낌이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몸이 예전보다 둔해졌다는 것은 스스로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 근처 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축구공 하나를 따라 힘껏 뛰어다니고 있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고, 저녁 바람은 아이들의 땀을 식혀 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운동장 둘레를 천천히 걸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내게도 작은 생기를 전해 주었다. 그 웃음은 잊고 있던 활력을 조금씩 깨워 주는 것 같았다.
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집 밖으로 한 걸음 나와 바람을 맞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조금씩 깨어났다.
한낮의 더위는 나를 집 안에 머물게 했지만,
저녁 바람은 다시 나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