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부장>을 보고 있다.
연출이나 이야기의 방향은 좋다. 평범한 아버지가 사라진 아이를 찾는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루하기만 하다.
아이를 찾는 장면은 너무 길게 이어지고,
액션은 너무 과하거나 반대로 너무 싱거워 보인다.
싸우는 장면을 보면 싸우는 척이 보인다.
주먹이 닿기도 전에 피하고, 맞는 사람은 맞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무서운 분장을 한 존재가 등장해도 무서여 보여지지가 않는다.
그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배우가 싸우면 정말 싸우는 것 같았고,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나도 함께 긴장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 이야기에 빠져들엇다.
다음 회가 궁금해 기다리기도 했던 드라마도 수없이 많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뒤부터인지 명화와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달라졌던 것일까.
이제는 장면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게 된다.
'왜 이 장면은 무섭지 않을까?'
'왜 이 액션은 긴장감이 없을까?'
'왜 어떤 배우는 연기하는 것이 보이고, 어떤 배우는 정말 그 인물처럼 느껴질까?'
제목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 이 인물은 왜 이 배우가 맡았을까.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드라마 한 편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공부한듯 보게 된다.
예전에는 "뻔한 이야기를 뭐하러 보느냐"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뻔한 이야기라도 재미있었다.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같은 드라마와 영화라도 누구에게나 똑같은 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뻔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작품은 하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의 경험과 관심,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누군가를 타킷으로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누군가는 강한 액션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누군가는 빠른 전개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인물의 감정과 관계가 천천히 쌓이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김부장>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가 어떤 사람들을 향해 만들어졌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자꾸 장면의 이음새를 보게 된다.
무섭게 분장했지만 무섭지 않고, 싸우고 있지만 싸우는 척하는 것이 보이고, 액션은 강한데 긴장감은 약하다.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나쁜 것이 아니라. 이제 내가 드라마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이야기를 보았다면 지금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고, 장면 하나하나를 들여다본다.
생각해 보니 나는 드라마를 보듯 현실에서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살펴왔던 것 같다.
누군가의 말투를 듣고, 표정을 보고, 행동을 관찰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속 장면들이 더 세밀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사람들의 행동과 말이 더 잘 다가와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나 나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일 수도 있고, 쉽게 지나칠 행동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계속 생각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끼"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혹시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쉽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넘어가도 될 일을 곱씹었다.
드라마 속 장면은 다시 돌려볼 수 있지만,
현실의 한 장면은 이미 지나가 버린다. 그런데 나는 지나간 장면을 마음속에서 다시 재생했다.
어쩌면 나는 사람을 너무 오래 관챨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잘 관찰하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모든 것을 의미 있게 해석하려고 하면 오히려 나 자신이 지친다.
드라마를 보며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에 이유를 찾으려하면 삶은 너무 복잡해진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보이는 것을 모두 해석하지 않아도 되고, 들리는 말을 모두 마음에 담지 않아도 된다.
어떤 말은 그냥 말일 수 있고, 어떤 행동은 그저 그 사람의 행동일 수 있다.
모든 장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눈이 달라졌듯, 현실을 보든 눈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더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지나쳐 보내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모든 장면을 다시 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어떤 장면은 그냥 지나가게 두어도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