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있는 도서관의 시간이 좋아서 노트북도 들고 나왔다. 읽고 싶은 바카라도 챙겼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니 머릿속은 산만하고, 바카라은 잘 읽히지 않는다. 노트북을 열어도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이럴 거면 왜 나왔을까’ 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앉아 있어 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무엇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바카라을 읽기 위해, 글을 쓰기 위해, 운동을 하기 위해.
목적이 있어야만 움직였고,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하면 그 시간은 실패한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밖으로 나와 앉아 있다가 돌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창가에 앉아 햇빛을 보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바카라을 펼쳤다가 다시 덮고, 노트북을 켰다가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
오늘은 바카라을 많이 읽지 못해도, 글을 쓰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와서 앉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머물 수 있는 사람.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