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목소리

요즘 들어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자주 온다.


“변이 안 나온다. 다른 병원에 가보자.”


또 어떤 날은,

“변은 안 나오고 물만 나온다.”


동생이 사다 준 변비약 이야기를 전화기 너머로 들려주시기도 한다.


변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목소리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느껴진다.


동생이 자신을 위해 변비약을 사다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쩐지 행복하게 들렸다.


아버지는 어쩌면 이런 잔잔한 행복을 바라셨던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아픈 곳을 살펴주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것.


대상포진과 바닥에 넘어지는 사고로 두 달 가까이 힘들어하셨다. 한동안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씩 예전의 활기찬 목소리를 되찾으셨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진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나는 아버지를 걱정하고 있는데, 오히려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내가 힘을 얻는다.


아버지가 건강해지는 일은 아버지만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나도 함께 살아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