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하루

겨울 슬리퍼를 신고 다니시는 아버지를 뵙고 온 뒤로 마음 한구석이 계속 쓰였다. 그래서 여름 슬리퍼를 주문해 아버지를 찾아갔다.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아버지는 식사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대신 시원한 카페를 찾아 시장 근처로 발길을 돌렸다. 자주 가던 시장 근처였지만 그 카페는 처음이었다. 아버지도,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괜히 더 기억에 남았다.


2층 건물의 카페는 1층 안쪽에 식물들이 가득해 조용히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돈된 공간은 싱그럽고 아담했다. 더위를 많이 타시는 아버지께 음료를 여쭈어 보고 블루베리 스무디와 망고 스무디를 주문했다.


카페에는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많았다. 기다리던 음료가 나오자 아버지는 “너무 시원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시며 천천히 드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모자를 파는 가게 앞을 지나는데 주인장이 아버지께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한쪽 손과 발이 불편한 분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가게였지만, 아버지의 여름 파자마를 하나 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둘러보게 되었다. 결국 마음에 드는 파자마 한 벌을 골라 들었다.


아버지는 내게 방울토마토와 옥수수를 사주시고 싶어 하셨다. 나는 괜찮다며 웃고 받았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 후 고유가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온누리상품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카드 신청만 가능하다고 해서 잠시 머뭇거리다 나왔다.


집에 휴대전화를 두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하며 돌아서는데, 한참 뒤 담당자분이 우리를 다시 불러 세우셨다.


“왜 신청 안 하고 가세요?”


집에 가서 휴대전화로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리자, 신분증과 교통카드만 있으면 된다며 직접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나왔다가 다시 우리를 본 것이었다.


관계자분은 식사부터 하고 오라며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셨고, 담당자분도 점심시간을 미루고 끝까지 도와주셨다.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아버지와의 이런 소소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어릴 적에의 이런 기억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늦게라도 아버지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