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의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 탐험 #16
어디든 카메라만 들이밀면 포토 존이 되는 곳이 있다.
발리의 푸라 울룬 다누 브라딴(Pura Ulun Danu Beratan) 호수 사원과 바뉴말라 폭포(Banyumala Waterfall)가 바로 그런 곳들 중 하나다.
다음 날이면 발리를 떠나야 할 시점.
12일간의 인도네시아 오지 여행의 대단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리 스포를 하자면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 즐겼던 래프팅이 또 기가 막혔다.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ㅋㅋ
일본에서 온 미유 짱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아침을 먹은 후
푸라 울룬 다누 브라딴 호수 사원으로 향한다.
며칠 전 미유짱이 DM을 보내왔는데
10월에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란다.
한국 회(사시미)가 너무나도 기대된다는 미유짱.
뭐... 달무리 형님이 한턱 쏘신다고 했으니까. >_<
발리는 좁은 시내만 벗어나면
금방 이렇게 맑은 하늘과 푸른 숲, 논밭이 펼쳐진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콘크리트 구조물에
'역세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잠시 넋을 잃을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드디어 도착한
푸라 울룬 다누 브라딴(Pura Ulun Danu Beratan) 호수 사원.
발리 신화에 나오는 마녀들의 여왕, 랑다(Rangda)
발리인들은 잡귀들이 놀라 도망치거나 유인되도록
일부러 최대한 흉측하고 실감 나게 인형을 만든다고 한다.
커다랗고 뾰족한 젖무덤이 아니었다면 누가 여자라고 생각할까?
발리를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지붕 없이 좌우가 칼로 자른 듯 대칭을 이루는 문을 자주 만나게 된다.
'찬디 벤타르(Candi Bentar)'라고 불리는 이 문은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하고 신성한 메루산이 반으로 쪼개져
양쪽으로 갈라선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 세상의 상반되는 두 힘, 예를 들면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등이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맑고 잔잔한 호수 표면 위에 반사된 구름 낀 하늘이
뭐라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따뜻한 까페 라떼 한 잔과 함께라면 한 시간 앉아 있어도 좋을 곳.
기쁜 마음에 나는 발리 전통 궁중무용(?) 레공 댄스를 추고 있다.
어디서 배웠냐고?
배운 적 없는데... *(^0^)*
긴 다리와 늘씬한 몸매를 뽐내는 흑인 여성이
다양한 포즈로 호수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고 있다.
정신없이 보고 있는 나를 향해 슬며시 미소 짓는 그녀.
포즈가 너무 매혹적(attractive)이라고 말해줬더니
자신의 직업이 모델이라고 알려준다.
나 보고도 매혹적인 자태를 취해보라길래
그녀를 위해 나름대로, 최대한 섹시미를 짜내 보았다.
배를 움켜쥐고 웃는 그녀.
왜 웃지?
인도네시아 역시 '식민 지배'라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의 영향력이 가장 컸는데 직접 통치 기간은 무려 140년 가까이 된다.
네덜란드가 얼마나 잔혹하게 식민지 경영을 했는지 공부해 보면
일본도 한 수 접어줄 정도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인도네시아 여행을 하면서 네덜란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
호수 사원에서 빌려주는 인도네시아 전통 왕족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백인들은 거의 네덜란드 커플들이다.
인도네시아 관광 수입의 상당 부분을 바카라임지고 있는 나라가
네덜란드라고 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진다.
자, 이제 바뉴말라 폭포로 가보자!.
호수 사원을 떠나 도착한 바뉴말라 폭포.
나의 앙큼함과 도도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쓸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쓰지 않았다.
저 포즈로 사진을 찍는데 사람들이 또 웃는다.
난 진지한데....
특정 인물의 특정 부위를 확대해 본 당신!
딱 걸렸어~
당신은 아주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임을 인증합니다.
할렐루야 아미타불~ >_<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차로 갈 수 있는 곳에서부터 폭포까지 가는 길이 여간 험한 게 아니다.
폭포가 있는 곳이 으레 그러하듯
습기가 많아 계단과 돌이 미끄러우니 접지력이 좋은 신발은 필수다.
폭포를 오가는 험한 길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노점 과일상에서 두리안을 샀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두리안을 처음 먹어봤다는 것인데
인도네시아 두리안은 확실히 특유의 역한 냄새가 적어서 저항감이 없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크리미 한 맛.
내가 크리미 한 맛을 좋아하는 편인데 너무나도 맛이 진해서 두 조각을 못 먹겠다.
그래도 돌아서서 10분만 지나면 다시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맛.
혼자 갔더라면 아마 시도해보지 않았을 텐데...
이래서 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