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의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 탐험 #15
2026년 3월 다녀왔던
인도네시아 오지 여행 이야기보따리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ㅎ
인도네시아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모니(Moni)부터
서쪽으로 바자와, 루텡을 거쳐 발리로 오는 과정은
그야말로 오지에서 현대 문명으로 돌아오는 '문화 타임머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도
어려운 코스에서 쉬운 코스로
난해한(?) 숙소에서 고급 숙소로 동선을 짠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힘들었다가도 편해지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 발리에 오니
숙소도 좋고 입에 맞는 음식도 많다.
근 열흘 만에 한국 음식으로 목구멍에 기름칠하러 간다.
오늘 가는 한국 식당 이름도 '목구멍'이다, ㅋㅋ
숙소에서 목구멍까지 가려면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가는 길에 Sacred Monkey Forest (신성한 원숭이 숲)이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 주저앉아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원숭이는 그닥 '신성해' 보이지 않지만
이 녀석들을 조심해야 한다.
한 눈 팔고 있으면 반짝거리는 것들(안경, 목걸이 등)을 기념품으로 챙겨가기(?) 때문에.
마침내 도착한 한국 식당 '목구멍'
적당히 걸어서 식욕도 올라왔겠다~ 기대치도 올라온다.
상차림만 보면 여기가 발리인지 부산인지 구분이 안된다.
배추김치, 파김치, 콩나물 무침, 파채 무침....
고기를 구우라고 올려놓은 방패 크기의 솥뚜껑까지!
밑반찬만 먹어봐도 맛집인 줄 알 수 있다.
간이 딱 좋아! ㅎㅎ
인건비가 저렴한 탓인지 손님만큼이나 많은 현지 직원들.
테이블당 한 명이 붙어서 고기를 구워준다.
편하다.
우리 테이블에는 참하게 생긴 언니가 오셨다.
"언니~ 파이팅요~ >_<"
화장실 가다가 직원 셔츠에 쓰인 문구가 웃겨서...
"숙성이고 나발이고 좋은 고기가 맛있습니다"
동감일세! ㅋㅋ
배부르게 먹고 기분 좋게 나선 목구멍.
사장님이 30대 총각이셨는데
나처럼 모자를 거꾸로 쓰고 선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셨다.
달무리 형님께서 자꾸
"테디야~ 너하고 진짜 많이 닮았다" 하시는데
왜 내가 미안해지는 느낌이지? >_<
사장님이랑 사진 하나 찍어 놓을걸.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발리 시내에 가성비 좋은 마사지 샾이 있다는 말에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예전 농촌 문화와 지금의 현대 문명이 한 집 걸쳐 펼쳐지는 발리.
농촌인가 싶으면
거짓말처럼 나타나는 모던한 뮤지엄과 레스토랑들.
이러한 부조화의 조화가 어느새 발리만의 특징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발리 시내로 접어들었다.
동남아 특유의 매캐한 매연 냄새와 부다다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인산인해를 이룬 다양한 인종들.
원래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쟁을 피해 온 러시아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하는데
가지고 온 돈이 다 떨어진 이들이
여러 가지 슬롯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발리 시내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마사지를 받고
노골 노골해진 몸으로 숙소를 향해 걸어가던 중 발견한 조그만 까페.
마침 소나기가 내려
비도 피할 겸 들어가 봤다.
앉을 곳이 4~5명 밖에 되지 않는 정말 작은 까페인데
걸려 있는 그림이나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
그알못인(그림을 알지 못하는) 내가 봐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엔트제 그녀가 봤다면 방언 터졌을 텐데. ㅋㅋ
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따뜻한 까페 라떼를 주문하는데
옆에 맑은 액체가 담긴 조그만 컵을 준다.
에스프레소나 라떼를 즐기기 전에 입안을 헹구라고 주는 물이란다.
유럽의 오래된 커피 문화 중 하나라나?
우리처럼 비를 피해 들어온 프랑스 청년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다
숙소로 돌아왔다.
발리에서의 첫날밤(?)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