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내가 처음으로 떠났던 인도차이나 반도 배낭여행의 대단원
다 합쳐서 10호에 불과한 태국-중국 접경지역 아카(Akha)족 마을이었지만 학교가 있었다.
행정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있는 아카족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중요성은 이해하고 있었다.
자식들만큼은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장난꾸러기 동네 꼬마 숙녀가
황소처럼 손으로 뿔을 만들어 포즈를 잡는다. ㅋㅋ
바카라상에 앉아 봐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허락해 준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학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적은 액수라도 기부를 하고 나왔다.
이제 다른 고산족 마을을 찾아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현지 가이드 닉쿤의 인도 아래 정글 속을 걸으면서
타잔처럼 넝쿨을 타고 작은 시냇물을 건너기도 하고,
닉쿤의 맛있다는 능청스러운 거짓말에 속아
청양고추보다 수십 배 맵다는 야생 카이옌 고추를 입에 넣어 맛보기도 했다.
너무 매워서 그 뒤로 한 시간 동안 내내 침을 뱉으며 걸어가야 했지만. ㅋ
닉쿤은 신기하게 생긴 거미를 잡아 우리들에게 보여 주며 묻는다.
"거미를 먹을 수 있다는 거 알아요?"
거미를 먹는다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닉쿤은 설명을 이어간다.
거미 배 부분을 불에 구우면 먹을 수 있는데
마치 순대에 나오는 돼지 간과 비슷한 맛이 난다는 것.
이것 참... 이미 한번 속았더니 의심이 생긴다.
닉쿤의 말을 믿어야 하나 믿지 말아야 하나?

정글을 걷다가 폭포가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사실 이 사진 찍은 직후 사고가 있었다.
폭포에 빠져 죽을 뻔했던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폭포 구경하려 근처 바위 위에 올라섰다가
이끼에 미끄러져 그대로 폭포에 수직 낙하.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수압에 떴다 가라앉았다를 여러 번.
절벽 틈으로 엄지발가락 하나 걸칠 크기의 공간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절벽에 달라붙어 있는 나를 그제야 발견한 일행들.
숨을 헐떡거리는 나를 물에서 꺼내주며 묻는다.
"Kevin, 너 거기서 뭐하는 거니?"
습기가 많은 폭포 근처에 미끄러운 이끼가 있으면
나와 비슷한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정글의 해는 일찍 저문다.
2박 3일 트레킹 일정 중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두 번째 밤을 신세 지게 될 고산족 집의 아들.
똘망똘망한 눈초리가 꽤 귀엽다. ^^
고산 지역은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매우 심한 편이다.
이렇게 모닥불을 피우지 않으면 한기를 견딜 수 없을 만큼 춥다.
고산 부족들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온기를 찾아 모닥불 옆에서 잠을 청한다.
온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2박 3일 정글 트레킹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가이드 닉쿤이 모닥불에 주전자를 올리고 뜨거운 차와 커피를 만들어 준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춥고 배고프게 자고 난 다음날 마시는 커피와 차 한잔은
한국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맛을 낸다.
그리고 약간 불에 그을린 토스트와
한국에서라면 절대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저렴한 마아가린이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그 많던 식빵을 마아가린과 함께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운다.

이제 산을 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마지막 코스에서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헤쳐 나가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호랑이도 슬슬 피하게 만드는 존재가 코끼리다.
그래서 오랜 옛날부터 정글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자 운송 수단은 바로 코끼리였다고 한다.
앙코르 와트에서 만나 정글 트레킹까지 함께 했던 미선이.
아직 부산에 살고 있을까? 건강해라 미선아~
엄마 코끼리의 꼬리를 잡고 잘 따라가던 아기 코끼리가 잠시 먹을 것에 한눈을 판다.
이렇게 태국-중국 국경지역에서 진행되었던 2박 3일간의 정글 트레킹이 끝이 났다.
같이 갔던 일행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하이 파이브를 한다.
"유후! 정말 즐거웠던 2박 3일 정글 트레킹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