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생고기와 생피를 섞어 만든 아카족 보양식 루(lou)를 맛보다
해도 저물어 가는데 아카족 마을 공터에서
우리와는 다른 루트로 고산족 마을에 도착한 배낭 여행자들이
족구 비슷한 게임인 세팍 타크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출신 테디 베어의 전투 족구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내가 보기보단 운동 신경이 있는 편이다.

게임을 마치고 다 같이 사진 한 컷!
국적도 피부색도 인종도 상관없는 그런 어울림의 자리.
영어가 서투른 켄타짱네와 일본어를 모르는 파란 눈의 친구들 사이에서
통역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조그만 일에도 하하 호호 웃음이 터져 나오는 우리는 청춘 그 자체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고산족 식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화덕에서 요리도 하고, 불도 쬐는데
바닥에서 1미터 정도 띄워지게 지은 나무 집의 대나무 마루에서
이렇게 커다란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덕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못내 신기하다.
귀한 손님이 왔다며 꼭 맛봐야 한다고 주는 음식이
돼지고기를 생으로 저며서 생피를 섞어 넣고 소금, 허브로 간을 한 루(Lou)
아카족 마을에 경사가 있을 때나 해 먹는 귀한 보양식.
현지 가이드인 닉쿤이 거절하면 실례가 된다고 살짝 귀띔해 준다.
생돼지고기를 생피에 섞어 만든 음식이라는 말에 서로 눈치만 본다.
누구 한 명이 총대를 메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
이 상황을 타개할 용자(勇者)는 과연 누구였을까?
켄타짱? 미국 청년? 영국 커플? 아니면 이스라엘에서 온 부자(父子)?
그렇다. 내가 그 용자였다.
정확한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뭐랄까...
익지 않은 냉동 만두 속을 먹는 기분?

식사를 대접해 주던 아카(Akah)족 집주인아저씨와 어린 아들내미.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면 마을의 어린이들이 모여서 작은 민속 공연을 보여 준다.
전통 옷을 입고 수줍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보여 주는 어린이들.
지금 찾아간다면 이들의 삶도 많이 바뀌어 있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마 많이 바뀌어 있겠지.
도심에서, 문명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나가고 있을 거라는, 아니 지켜나갔으면 좋겠다는 조그만 소망이 있다.
상대적 빈곤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런 순수함도 함께.
춥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는데 온몸이 뻐근하다.
가이드 닉쿤은 화덕에 장작불을 크게 일으켜 주전자에 차를 끓이기 시작한다.
깊은 산 정글 속에서 마시는 따끈한 아침 차 한 잔의 맛은 정말 기가 막힌다.
절로 아~ 탄성이 나오고 몸이 따뜻하게 녹는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집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오지의 맛.
어쩌면 그런 소소한 즐거움 때문에 오십이 넘은 지금도 일부러 고생길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깊은 산속 정글 마을의 아침 모습.
구름이 발치 아래 자욱하게 깔려 구름의 바다를 만들어 낸다.
이제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려 또 정글 트레킹을 떠날 것이다.
또 어떤 동물, 어떤 환경과 마주치게 될까?
가슴이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