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있다는 말은 참으로 당연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흑과 백의 선명함보다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회색빛'이다. 젊은 날에는 모든 것을 분명하게 나누고 싶어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인생이란 그 모호하고 쓸쓸한 회색의 농도를 견디며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간의 수명만큼이나 길고 긴 배움이 필요한 일이다.
우주적인 시점에서 보면, 내 삶의 굽이치는 고민들은 먼지보다 작은 티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토록 나 자신을 다그치며 힘들게 했을까. 왜 나의 아픔을, 나의 서툰 사랑을, 내 마음의 흔들림을 그토록 무겁게 짊어지고 살았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고민들은 내가 세상과 타인을 향해 얼마나 깊은 '배려'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는지에 대한 증거라는 것을. 무심한 사람은 결코 고민하지 않는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밥 냄새 속에 담긴 정성을 기억하며, '사적인 거절'을 고민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를 마음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주영님이 얼마나 다정하고도 치열하게 삶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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