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 잼
우리나라 사람은 냄비 근성이 많다고 한다. 유행이 급속도로 왔다가 사라지며 휩쓸려 다닌다
곡식도 뭐가 좋다고 하면 따라서 많이 심어 다음 해는 폭락하는 걸 계속 겪는데도 그렇다.
음식도 그렇다.
탕후루가 그렇고
두쫀쿠가 그렇고
요즘은 한정선 찹쌀떡이 유행이라고 한다
아들집에 다녀오느라 저녁 12시가 다 되어 서울역에 내렸는데 어느 가게 앞에 젊은이들이 줄을 쭉 서 있다.
궁금해서 가보니 한정선 찹쌀떡 사려고 그 시간에도 줄이 서있다.
손녀가 롯데에서 그렇게 줄 서서 사 먹었다고 한다
남들이 맛있다고 하니 줄을 섰을 것이다.
어제 퇴근해서 아로니아 잼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로니아를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고 잼을 만든 것이다
농장 하는 친구가 아로니아를 몽땅 가져왔다
서울 변두리에 땅이 있어 놀려 둘 수가 없으니까 그곳에 뽕나무를 심고, 아로니아를 한 줄 심었다
자연은 식물을 그냥 키워주지만 상품가치가 있으려면 사람 손길이 필요하다
천평에서 자라는 뽕나무 오디를 따서 친환경 제품으로 판매를 했는데 그 멋있는 친구가 말없이 잘도 농사를 지어 판매하곤 했다. 온라인 게임 다니는 남편은 가끔 일손을 도울 뿐이니까 오롯이 혼자 하곤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인제는 힘들어하기 싫다며 뽕나무를 그냥 방치하고 있다.
관리를 안 하니 벌레가 생겨 금방 엉망이 되어 오디를 가져다 줬는데도 맛도 덜하다
한 줄 있는 아로니아는 벌레도 안 끼고 열매를 주렁주렁 달린다.
그래서 블루베리를 안 심고 아로니아를 심었는데 그게 판단을 잘못한 듯.
따서 처리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어느 날 같이 아로니아 따로 가자고 해서 갔다가 죽을 뻔했다.
한창 베리가 유행할 때, 뽕나무 밭 옆에 채전으로 쓰고 있던 곳에 아로니아를 심었다
매년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든다고.
열심히 열매 맺었는데 수확도 안 해가니 미안한 생각이 들 수밖에.
4명이 차 트렁크 가득 따왔다.
나눠 집으로 가져와서 나뭇잎을 정리하고 손질하는데 하루 걸렸는데 이것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가깝게 사는 지인들에게 손질했으니 가져가라고 해도 몇 명만 가져간다.
다들 조금만 달라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사정해서 탁배도 보내고 나눠줬다.
저녁 퇴근하니 전화가 온다. ' 아로니아 가져다줄까?'
"너는 블루베리를 심지 하필 아로니아를 심었냐'라고 속으로 불평했다
열매가 단단하여 따기도 편하고 벌레도 없어서다
다 뽑아버리고 몇 그루 남겨둔 것에서 따온 것인데
부부가 종일 일해서 가져온 것이다
나무에게 안 따는 것도 미안하고 눈치 보여 종일 고생해 수확해서 우리 집에 몽땅 내려놓고 간 것이다
그냥 가져가라고 하면 아무도 안 가져갈 것 같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렸다. 그리고 설탕을 5킬로 두 봉지 샀다
토요일. 일요일
잼을 만들기 위해서다. 너무 많아 세 번으로 나눴다
큰 들통을 꺼내서 아로니아와 떫은맛을 없애려고 사과도 넣고 푹 끓인 후
핸드믹서로 간 다음 설탕을 넣고 저녁 내내 저었다
유리병을 12개 사뒀다
아침에 보니 식어서 병에 넣어 리본도 묶었더니 제법 그럴싸하게 된 것 같다
제일 먼저 도착한 손녀가 4개를 가져간다. 자기네 먹고. 고모네 주고. 외숙모네 주고, 친구네 준다고
이래저래 다 나가버렸다.
조금 변형시키니 잘 가져갔다.
친구에게 잼 만들어 나눴다고 하니 잘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농장에 뭐 심어 먹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전원주택 좋아하던 친구들이 다들 후회한다
팔리지도 않고 그대로 두자니 민망하다고. 여기저기서 얻어먹었는데 요즘에는 조금씩 준다. 다들 조금씩만 짓다 말다 그러는 것 같다. 전원주택, 이것도 한때의 유행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