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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프제' 라는 이름을 사실 예전부터 고민했다. 몇 년 전부터 이상할 정도로 흑프제 라는 단어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내 모습을 표현하는 데 이만한 말이 있을까 싶어 하면서 말이다. 그와 동시에 한편으론, 유치해 보일까 아니면 나이에 안 맞게 중2병 걸렸냐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서 선뜻 생각 밖으로 꺼내는 게 꺼려졌다.
누군가는 MBTI를 두고 정식으로 인정받는 테스트가 아니니 맹신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유사 과학 취급하며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완전히 대중적 인기를 얻은 지금도 과거 혈액형 성격 테스트처럼 언젠가는 지나갈 유행으로 치부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나도 MBTI가 바뀌긴 했다. 처음 검사를 했을 때는 INTJ로 나왔다. 운 좋게 대학 졸업에 맞춰 입사한 대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때 단체로 처음 해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주변에서 신기한 듯 바라봤던 걸 기억한다. 그리고 10년 뒤에 번아웃에 허우적대며 백수로 지낼 즘에 자신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정식 MBTI 검사를 돈 내고 받은 결과가 INFJ였다. 중간에 16 Personality 무료 테스트에서는 ENFJ로 잘못 나왔던 건 안 비밀이고.
솔직히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내가 돌아이에 별종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해 버린 꼴이니까. 이때부터 사람, 즉 타인에 대한 관심이 짜게 식어가며 혼자 놀기에 맛 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였지만 마음속에선 "어차피 저들은 내가 뭘 해도 좋게 안 볼 테니 내 마음 편한 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남의 눈치는 엄청 봤으니 나란 놈도 참 소심했다.
타고난 본성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것, 인정받고 싶어서 밖의 기준만 쫓아가는 것, 그러면서도 완벽한 세상을 기다리며 참기만 하는 태도는 자기 인생을 지옥으로 몰아가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이걸 하나씩 서서히 깨달아가며 버릴 때마다 주변에서는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였고, 난 밀어붙였다. 이유는 단 하나, 내 모습,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멋진 닉네임을 쓰는 게 어떠냐고? MBTI 유행이 끝나면 어떡할 거냐고? MBTI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INFJ라는 분류는 세상 속의 내 모습을 설명하는데 딱 어울렸다. 외관 치장에는 전혀 관심 없이 내면으로의 무한한 탐험에만 미쳐있는 내 모습은 INFJ에 대한 설명 그 자체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활동명은 생각도 안 나고 맘에 드는 것도 없다. INFJ면 INFJ이지 黑+FJ는 뭐냐고? 유치하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마음속으로는 수십 번 결심했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게 드러내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별거 아닌데. 실행은 이래서 어렵다. 강철같은 마인드를 추진력이라는 뜨거운 용광로에 데워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추진력을 달구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탈자 연대’라는 워딩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던거 같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나 같은 놈이 연대를 말하려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버리긴 아깝다. 기력을 더 회복하고 망상력이 최고조로 올라와서 작문이 더 수월해지면 소설의 제목으로 살려보고 싶다. 그 소설을 작문하기 시작해서 완성하는데 1~2년으로 될지 10년도 넘게 걸릴지 나로서도 확실히는 말하기 힘들지만.
대학생 때 내가 자주 하던 말버릇 중에 "어쩌라고?"가 있었다. 논리로 반박하지 못하더라도 마냥 수긍하긴 싫을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이제 가끔은 다시 살려봐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