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장(始長)으로 (5)

始長(시장), 새로운 시작과 성장

by흑프제

마지막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내 직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았다. 변화의 물결에서 살아남으려면 외부의 상황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물증을 확보해야만 한다.


AI가 점점 만능이 되어가는 건 이제 기정화된 사실이다. 다만 AI도 약점은 있다. 대학원을 알아보며 AI를 잠깐 공부해 본 적이 있다. 이제 대부분 기억나지 않지만, AI 이론의 학문적 밑바닥을 파고들다 보면 그 출발이 확률을 계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이는 즉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해지는 시점부터 AI가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예 새로운 어떤 것이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도 등 기존의 일과 다른 것들을 보는 시야와 사고방식 같은 건 AI가 흉내 낼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결과물이 아니다. 기존의 그 무엇들에서 벗어나 아예 참고할 기반 사실조차 없는 것이어야 한다.


번뜩이는 직관이나 뜬금없고 엉뚱하며 별로 유익해 보이지도 않지만, 괜히 이끌리는 무언가와, 굳이 편해지는 길 대신 직접 보고 느끼며 알아보고 싶은 것들, 데이터와 논리로 설명이 안 되거나 반박당하더라도 그 누군가는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대상이나 행위를 AI는 감히 따라 하다가 오류를 툭툭 뱉어내기 일쑤다. 이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탐구하여 연결고리를 만들고 아이디어로 키우는 일. 이를 먼저 큰 틀로 정리하고 필요에 따라 AI를 활용한다면 인간의 가치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제 개발자도 저물어 가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스스로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재취업 대신 인디 개발자라는 생소한 길을 가기로 했다. 찾아보니 해외에서는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터, 인디 해커 등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개념조차 너무 생소해서 인디 음악이나 인디 게임처럼 ‘인디’로 퉁쳐야만(?) 내 생각대로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기반 하나 없이 이런 길을 선택해서 마냥 안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게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진심임을 알기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직관과 확신을 가지고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비로소(始) 성장으로(長) 나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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